동료 경찰들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고 신고한 뒤 소속 경찰서로부터 보복성 감찰과 고발 및 수사를 당했던 여성 경찰관이 10개월여 만에 검찰로부터 최종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그러자 경찰은 해당 여경에 대한 추가 감찰을 예고했다.
춘천지검 영월지청은 공전자기록 등 위작 혐의 등으로 경찰이 송치한 ㄱ씨 사건에 대해 지난 9일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결정했다.
2019년 순경으로 임용된 ㄱ씨는 2년여간 동료 남성 경찰들이 자신에 대한 허위 소문을 퍼트리고, 성희롱을 했다며 2020년 9월 태백경찰서 청문감사실에 피해 사실을 알렸다. 가해자로 지목된 경찰관 수가 12명에 달했지만 즉각적인 조처는 취해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가 일했던 태백경찰서는 ㄱ씨가 비리를 저질렀다는 내부 신고를 근거로 감찰을 진행했고, 지난해 7월에 ㄱ씨가 관리하던 유실물(현금 4천원, 구형 스마트폰 1대)이 사라졌다며 절도 혐의로 고발까지 했다.
동료라고 생각했던 이들의 고발, 이어진 강도 높은 수사를 ㄱ씨는 ‘조직적 보복’으로 봤다. ㄱ씨를 대리한 류재율 변호사(법무법인 중심)는 11일 “수사기관 내부에서 발생한 문제를 외부에 알리면 이런 식으로 직무 감찰에 들어간 뒤 징계나 고발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류 변호사는 “(ㄱ씨는) 10시간 넘는 조사를 3회에 걸쳐 받았다. 간단한 사건임에도 수사기록만 수천 쪽에 달했는데, 이는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덧붙였다.
애초 경찰은 자신이 관리하던 유실물을 훔쳤다며 ㄱ씨를 절도 혐의로 고발했지만 검찰 송치 과정에서는 혐의를 추가했다. 절도죄 입증이 여의치 않자 태백서 상급기관인 강원경찰청은 절도죄는 불송치하고, 지난해 11월 ㄱ씨가 경찰 유실물 종합관리시스템에 허위 정보를 입력했다며 공전자기록 등 위작 등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다.
ㄱ씨는 절도 혐의를 부인하며 ‘허위 정보를 입력 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에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했지만, 경찰은 재수사 뒤 같은 혐의로 ㄱ씨를 다시 송치했다. 결국 검찰은 “유실물 업무 담당자로서 업무상 과오를 넘어 고의로 (허위) 전산 입력을 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최종 불기소 결정했다.
현재 한 지구대에 근무 중인 ㄱ씨는 <한겨레>에 “정말 피 말리는 경찰 생활 3년이었다. 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잘못에 대해선 법적 대응을 확실히 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경찰 내부에서) 2차 가해가 발생한다면 고통을 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다시 대응할 것이다. 아직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열심히 근무해 훌륭한 수사관이 되겠다”고 했다.
그러나 강원경찰청은 이날 <한겨레>에 “형사처벌과 징계는 별개다. 업무상 과오가 있었는지 추가로 감찰해 징계 여부와 수위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ㄱ씨에 대한 성희롱 등은 경찰청 진상조사를 거쳐 지난해 10월 가해자로 지목된 경찰관 10명이 징계(2명 해임, 1명 강등, 2명 정직 등)를 받았다. ㄱ씨 사생활을 들여다보려 폐회로텔레비전(CCTV)을 불법 열람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경찰관 2명은 대법원에서 징역 6개월(집행유예 1년)이 확정됐다.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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