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통밖에 없어요.”
11일 오후 3시께 서울 송파구 한 대형 식자재마트에 업소용 18리터짜리 대용량 식용유 재고를 묻자 돌아온 말이다. 서초구 식자재마트는 “재고가 없다. 공급처에서 물량을 안 준다. 내일도 (공급이) 예정된 건 없다”고 했다. 최근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업소용 식용유를 구하기 어렵다”는 말이 돌았는데, <한겨레>가 확인한 식자재마트들에서도 대용량 식용유 재고가 바닥 수준이었다.
대용량 식용유 판매 개수를 제한하는 방침을 세운 식자재마트도 있었다. 강남구 한 식자재마트는 “공급이 한 통도 없을 때도 있다. 구매자마다 한 통으로 판매를 제한하고 있다”고 했다. 일부 유통사에선 가정용 식용유 판매도 1인당 2개로 제한하는 곳도 나오기 시작했다.
식용유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영향을 받으며 가격이 올랐다. 팜유 최대 수출국인 인도네시아는 지난달 말부터 팜유 원유 수출을 무기한 금지했다. 전쟁으로 팜유 국제 가격이 치솟자 자국 내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내린 조처다. 이후 국내로 들여오는 식용유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콩기름인 대두유도 전쟁 여파로 가격이 급등했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각)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대두유(Soybean Oil) 선물 가격이 4% 이상 급등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다만 팜유·대두유 국내 공급이 우려할 수준은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 ‘식용유 대란’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우선 인도네시아 팜유 물량이 막힌 것은 맞지만, 국내에선 말레이시아산 팜유를 주로 사용한다. 이미숙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원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말레이시아의 팜유 작황은 나쁘지 않았고 4월에도 괜찮았다. 현재 국내 수급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대두유도 브라질과 미국 등에서 들여오는데, 이들 국가의 생산량에는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최근 식자재마트에서 재고가 바닥나는 현상은 식용유 가격이 점차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 자영업자들이 대용량 식용유 재고를 미리 확보하려다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자영업자 커뮤니티에선 지난 3월부터 “식용유를 미리 사둬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한 자영업자는 “최대한 재고 확보하시고 당분간 계속 구매해 높은 재고 수량을 유지해야 한다”고 썼다. 업소용 식용유는 현재 5만원대~9만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 이맘때와 비교했을 때 2~3배가량 가격이 올랐다. 콩기름을 생산하는 한 기업 관계자는 “물량 공급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유통 쪽에서 사재기 현상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물량을 조절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미숙 연구원은 “인도네시아도 자국에서 소비하는 물량에 한계가 있기에 수출 제한 조치가 완화될 가능성도 있다. 앞으로 재고가 늘어날 수 있는 요인”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곽진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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