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물가조사원은 지난달 16일 마포구 공덕동의 ㄱ제과점을 방문했다. ㄱ제과점은 넓은 좌석을 두고 커피음료도 함께 제공하지만, 프랑스식 빵을 주로 판다. 주변 제과점과 비교해서도 빵 가격대가 높은 편이다. 그런데 서울시 조사원은 해당 제과점에서 ‘녹차’와 ‘커피’ 한 잔 가격만 물었다. ㄱ제과점을 대표하는 가격은 녹차 3500원과 커피 3000원이 됐다. 왜 그런 걸까?
이는 통계청과 별도로 이뤄지는 지방자치단체 자체 물가 조사에서 제과점이 ‘다방업’에 속해있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서울시를 비롯한 전국 지자체는 각자 사정에 따라 시내 물가를 조사해 누리집을 통해 시민들에게 공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서울시는 ‘서울시 물가정보’ 누리집을 통해 물가를 보여준다. 이곳 자료는 통계청이 자체 실시하는 물가조사와는 별개로 조사된다. 물가조사에서 통계청은 원칙적으로 가격을 공개하지 않는다. 지자체가 별도로 모집한 물가조사원들이 조사한 식료품, 외식비, 개인서비스요금 등을 지자체 누리집 등에 공개하고 있다.
가격이 공개되는 품목을 보면 외식비는 한식·중식·경양식·패스트푸드·커피 등으로 나뉘어 있다. 이 항목들은 다시 구체적인 음식 메뉴로 나뉜다. 예를 들어 한식에는 설렁탕·비빔밥 등이, 경양식에는 돈가스, 패스트푸드에는 치킨·피자·햄버거 등이 있다. 커피·차에는 커피와 녹차 가격이 공개된다. 그런데 이 항목 중 어디에도 ‘제과’ 혹은 ‘빵’이란 키워드가 없다. 서울시 물가정보 누리집에도 제과점을 찾아볼 수 없다.
제과점은 별도의 제과업이나 빵제조업 아닌 다방업으로 분류돼 있다. ㄱ제과점에서 물가조사원이 커피 가격을 물었던 이유다. 프랜차이즈 제과점인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도 역시 다방업으로 분류돼 있다. 두 프랜차이즈 제과점의 물가도 커피와 녹차만 공개된다.
즉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최근 인도가 밀 수출을 중단하는 등 밀 가격이 들썩이고 있는 상황에서 지자체 물가정보에서는 빵 가격 추이를 알 수 없는 것이다. 프렌차이즈 제과점은 빵·케이크 등의 가격을 인상해왔다. 에스피시(SPC)그룹은 올해 1월 파리바게뜨 66개 품목의 가격을 평균 6.7% 인상했고, 시제이(CJ)푸드빌은 지난해 1월 뚜레쥬르 제품의 평균 가격을 9% 인상했다. 밀 가격이 계속 오르면 추가 인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제과점을 다방업으로 분류하는 이유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10년 전부터 행정안전부에서 내려오는 공문에 분류 체계가 있는데 그 기준을 따르는 것”이라고 밝혔다. 2011년 10월, 행정안전부는 통계청과 합동으로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함’이라며 서민생활물가 25개 품목의 시도별 가격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두 기관은 지금의 분류 체계의 기본이 되는 항목 기준을 마련했다. 시민들이 가장 많이 먹는 음식인 냉면, 비빔밥, 삼계탕 등 총 8개의 외식비 항목도 이때 처음 등장했다.
외식비 항목은 8개에서 10년이 지난 뒤인 지금까지 총 24개의 품목으로 확대됐지만, 여전히 제과는 분류에 포함되지 않았다. 국내 소비자들의 빵 소비는 매년 늘어나고 있고 이와 관련된 제과 산업이 점차 확대되는 변화상이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이러한 분류 체계를 유지하는 것과 관련해 행안부 쪽은 ‘관리상의 편의’를 이유로 들었다. 행안부 관계자는 “분류 기준은 서민물가와 밀접한 것들을 기준으로 한다. 예전에는 항목을 더 확대하기도 했는데 관리하기가 어려워 지금 기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빵에 대한 분류 기준이 불명확한 점도 있다. 빵은 통계청의 분류상 공업제품이다. 밀가루를 가공해 공장에서 만드는 일종의 물건으로 본다. 그러니 공장에서 찍어내는 빵이 아닌 카페 형태로 운영되는 제과점의 빵은 ‘빵 물가’에는 포함되지 않는 것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제과점의 빵은 일종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기에 굳이 구분하자면 ‘서비스요금’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이 기준에 비춰 보면 제과점 빵은 세탁료, 택배 이용료 등의 요금 기준에 속해야 하는데, 이 역시도 현재는 마땅한 기준이 없다.
한 지자체가 누리집에 공개한 ‘우리동네 물가’. 누리집 갈무리
곽진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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