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오후 서울 용산역 광장에서 열린 2022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 기념대회에서 한 참가자가 무지개 한반도 깃발을 들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17일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을 맞아 국가인권위원회는 성소수자를 향한 어떤 종류의 차별과 낙인도 용납하지 말아야 한다는 성명을 냈다.
송두환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우리는 어떤 날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어떤 이들의 달력에는 이날이 아예 표시되지 않을 것이다”라는 첫문장으로 성명을 시작했다. 송 위원장은 “이날은 1990년 5월17일, 세계보건기구가 동성애를 질병분류에서 공식적으로 삭제한 날이며, 그 후 전 세계에서 매년 이날을 기리는 행사가 마련된다. 우리는 이날을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이라고 부른다”며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혐오, 사회적 낙인의 역사를 반성하고 되새기는 계기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송 위원장은 성 소수자가 겪는 혐오와 차별의 실태도 지적했다. 송 위원장은 “우리는 지난 몇 년간 변희수 하사(2021년 3월), 김기홍(제주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활동가·2021년 2월) 활동가 등 성소수자의 인권을 위하여 헌신한 분들의 죽음을 목격했다. 성소수자 591명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성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혐오를 경험한 사례는 응답자의 90%에 이르고, 이들은 혐오와 차별로 인한 스트레스와 우울, 불안 등을 지속적으로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또 지난해 성소수자 인권단체 ‘다움’이 진행한 ‘청년 성소수자 사회적 욕구 및 실태조사’에서는 성소수자 청년 응답자 3911명 중 절반이 ‘최근 1년간 진지하게 자살을 생각했다’고 응답한 결과도 언급했다.
앞서 2015년 11월3일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는 한국 사회의 성소수자 혐오와 차별적 태도를 우려하며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표현과 성적 지향, 성정체성을 이유로 한 폭력 등 어떤 종류의 사회적 낙인과 차별도 용납하지 말 것을 정부에 권고한 바 있다.
송 위원장은 이 점을 되짚으며 “사회의 다른 구성원과 마찬가지로 성소수자 또한 그 자체로 존중받고 자유와 공정, 인권과 평등한 연대를 누릴 권리가 있다. 인권위는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을 맞이해 이 점을 다시 확인하며, 앞으로도 성소수자를 비롯한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특별한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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