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송건호 대학사진상’ 공모전 교육부장관상 ‘신뢰’(건국대 유근찬)
청암언론문화재단과 한겨레신문사가 공동 주최한 2022년 ‘제9회 송건호 대학사진상’ 공모전 수상작이 25일 발표됐다. 전봇대에 오른 노동자의 작업 현장을 담은 유근찬(건국대)씨의 ‘신뢰’가 교육부장관상을, 주유소에서 일하는 할머니의 일상을 담은 정주현(한양대)씨의 ‘산제리 주유소 할머니’가 최우수상을 받았다. 우수상은 윤태형(상명대)씨의 ‘틈’과 홍상혁(경일대)씨의 ‘불청객’(연작)에 돌아갔다. 수상작품과 전시작품 13점 등 총 19작품이 오는 30일까지 서울 인사동 인사아트프라자갤러리 2층에서 전시된다.(02-736-6347)
‘제9회 송건호 대학사진상’ 공모전 최우수상 ‘산제리 주유소 할머니’(한양대 정주현)
‘제9회 송건호 대학사진상’ 공모전 우수상 ‘틈’(상명대 윤태형)
‘제9회 송건호 대학사진상’ 공모전 우수상 ‘불청객1’(경일대 홍상혁)
‘제9회 송건호 대학사진상’ 공모전 우수상 ‘불청객2’(경일대 홍상혁)
‘제9회 송건호 대학사진상’ 공모전 우수상 ‘불청객3’(경일대 홍상혁)
이번 공모전의 특징은 멀리 가서 찍은 사진보다 일상에서 찾은 사진이 훨씬 많았다는 점이다. 멀리 간다는 것은 물리적인 거리의 멀고 가까움이 아니다. 집회나 시위 같은 것을 찾아가서 취재하듯 찍은 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 이미 있었으나 관심을 두지 않았을 땐 무심히 지나쳤을 대상에 마음을 열고 비로소 본 것들을 담았다. 심사위원 박지수 <보스토크> 편집장은 심사평에서 “자신의 주변과 일상을 눈여겨보는 사진들이 많았다. 아무래도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이전과 다른 의미와 느낌으로 다가오는 일상사를 자연스럽게 주목한 것 때문이 아닐까 싶다”고 했다. 예컨대 “‘신뢰’는 매일 위험한 현장에서 일할 수밖에 없는 어느 노동자들의 일상을 차분하게 보여준다. 이 사진을 보면서 어쩌면 올해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에서 우리가 주목할 것은 ‘처벌’이 아니라 중대재해가 일어날지 모를 현장에서도 묵묵하게 일하는 노동자들의 ‘안전’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고 했다. 재개발을 앞둔 세운상가 근처에서 이 사진을 찍었다는 수상자 유근찬씨는 “비록 정제되지 않은 서툰 사진이지만 이야기하고자 한 명료한 메시지가 잘 전달된 것 같다”고 했다. 법을 만드는 것은 정치인의 몫이지만 노동자의 안전을 걱정하고 관심을 갖는 것은 사진하는 모든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임을 보여준다.
최우수상 ‘산제리 주유소 할머니’도 같은 맥락이다. 경남 합천의 이 할머니에겐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그는 우리의 이웃이며 자신의 일을 하고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용실과 통닭집을 비롯한 우리 주변의 숱한 이웃들도 저마다의 일을 하고 있으며 또 내일도 삶이 이어진다. 심사위원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는 “일과 삶이 결합된 할머니에게서 느낄 수 있는 정서를 잘 표현한”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수상자 정주현씨는 “수상이 간절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휴학한 뒤 잠시 회사를 다니며 번 돈으로 중고차 한대를 사서 무작정 사진여행을 하다가 이 할머니를 만났다. 양해를 구하고 사진을 찍었는데 낡은 차라 고장이 나서 수리비가 필요했다고 한다. 상금으로 차를 고쳐 할머니에게 사진을 전해드리러 갈 수 있게 됐다.
‘제9회 송건호 대학사진상’ 공모전 ‘꼭 잡아주세요’(상명대 한지은)
‘제9회 송건호 대학사진상’ 공모전 ‘백빈 건널목’(한국예술종합학교 김원우)
또 다른 심사위원 이정우 <한겨레> 선임기자는 “2021년을 기록한 438점의 출품작들은 주변 풍경과 이웃의 삶을 담아낸 ‘생활 사진’이 많았다”고 평했다. 전시작 중에는 선별진료소에서 어린 아들이 검사를 받는 모습을 지켜보는 어머니의 실눈 뜬 표정과 힘이 들어간 손(‘꼭 잡아주세요’, 한지은 상명대), 서울 용산의 명소로 떠오른 백빈건널목 차단기 앞에서 주머니에 손 넣고 대화하는 남자(‘백빈 건널목’, 김원우 한국예술종합학교), 피아노를 연주하는 할아버지의 뒷모습(‘추억을 연주하다’, 염희승 한국항공대), 우뭇가사리를 캐기 위해 걸어가는 해녀의 굽은 등(‘바당 속으로’, 김영운 상명대), 아름드리나무를 둘러싼 어린 제자들(‘미래’·나새빈 덕성여대)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사진들은 슬프지도, 즐겁지도 않은 우리의 오늘을 표현했다. 휴대전화든 무엇이든, 어떤 카메라라도 들고 일상을 보듬을 젊은 사진가를 송건호 대학사진상은 내년에도 기다린다.
‘제9회 송건호 대학사진상’ 공모전 ‘바당 속으로’(상명대 김영운)
‘제9회 송건호 대학사진상’ 공모전 ‘추억을 연주하다’(한국항공대 염희승)
‘제9회 송건호 대학사진상’ 공모전 ‘미래’(덕성여대 나새빈)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