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입학식 참석 서울사대부고 11회 졸업생들
“흘러서 그침 없는 한강의 물과~”
까망 머리 학생들이 더듬더듬 부르는 교가가 반백의 졸업생들에겐 더없이 정겹다. 노랫가락을 탄 마음은 어느새 반세기 전, 1956년 청운의 꿈으로 들떠있던 입학식장에 와있다.
내달 2일 오전 11시 서울 종암동 서울사대부고에서 열리는 입학식은 젊음과 연륜이 함께하며 특별하게 치러진다. 50년 만에 모교를 찾는 11회 졸업생 50여명이 272명의 ‘까마득한’ 후배 입학생들 어깨를 두드려주는 격려의 자리로 마련되는 것이다.
전쟁통에 부산으로 이전했던 학교가 다시 환도한 것은 54년. 지금과 달리 을지로에 자리했던 학교는 교사 1채에 제대로 된 운동장도 없었다. 졸업생 양단석(67)씨는 “지금은 종암으로 학교를 옮겨 옛모습을 찾기 힘들지만 후배들과 함께 부를 그 옛날 교가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이번 입학식은 입학 50돌을 기념하는 행사의 하나로 준비됐다. 11회 동창회장을 맡고 있는 이삼열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사무총장은 “어려웠던 시절 전국에서 몰려온 까까머리 동창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자리”라며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후배들에게 우리가 그리던 꿈을 들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노 선배들은 새내기들과 나란히 앉아 50년 만에 ‘제2의 입학식’을 치른 뒤 ‘후배 사랑’ 만년필 한자루씩을 직접 손에 쥐어줄 예정이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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