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시설의 수용자 과밀수용 문제를 조속히 개선해야 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권고가 또 나왔다. 인권위는 수년간 이 문제를 지적해 왔음에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31일 인권위는 정원을 초과한 수용자 거실에서 생활한 진정인의 진정을 받아들여 “수용자에 대한 과밀수용은 인간의 존엄성에 반하는 인도적인 처우이므로 조속한 시일 내에 개선대책을 마련하라”고 법무부 장관에게 권고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월에도 인권위는 수도권 소재 구치소와 교도소에 수용된 4명이 “과밀수용으로 기저질환 악화 및 정신적 고통이 발생했다”며 낸 진정을 받아들여 이 문제를 지적했는데, 4개월 만에 비슷한 취지의 결정이 또 나왔다.
인권위 조사 내용을 보면 진정인 ㄱ씨가 수용되었던 기간(2020년12월∼2021년 3월) 71일 중 법무부 예규상 정원을 초과해 혼거실에 수용된 기간은 58일이었다. 혼거실의 수용자 1인당 수용면적은 2.58㎡이지만, ㄱ씨는 정원 6인을 초과한 상태로 8∼10명이 한 곳에 수용된 채 생활했다. 인권위는 교정시설의 이같은 수용 방식이 수용자의 행복을 추구할 권리 및 신체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봤다.
법무부는 “코로나19로 인해 격리 거실을 확보하면서 과밀수용이 더 심화된 경향이 있다”며 현재 이 문제를 점진적으로 개선하고 있다는 입장을 인권위에 밝혔다.
그러나 인권위는 “수용자에 대한 과밀수용은 국가 형벌권 남용으로 평가할만한 중대한 문제이고 코로나19 예방을 이유로 수용자들의 이동 가능성과 외부교통권이 더욱 제한받는 상황은 과밀로 인한 고통을 가중한다”며 “그럼에도 과밀수용 문제가 상시적, 장기적으로 계속되는 가운데 개선되고 있지 않은 점을 고려할 때 법무부의 주장이 정당화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인권위는 과거 수차례 과밀수용 문제 개선을 권고해 왔음에도 나아지지 않은 점 또한 지적했다. 인권위는 2008년부터 전국 14개 교정시설 소거실 직권조사를 하는 등 방문조사와 토론회 등을 통해 개선 사항을 요구해 왔다. 인권위 관계자는 “교정시설의 과밀수용 문제에 대해 방문조사, 직권조사 등을 실시하고 10여차례 권고했으나 관련 사안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채 장기화되고 있다. 이에 인권위는 법무부 장관에게 교정시설 과밀수용 문제에 대한 개선대책을 조속히 마련할 것을 다시 권고했다”고 밝혔다.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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