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기부문화가 가장 발달한 나라로는 미국이 꼽힌다. 하지만 대부분 순수한 사회공헌 차원에서 이뤄지고, 삼성처럼 사회 비판을 무마하는 차원에서 기부를 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미국은 기부금 규모에 상관없이 출연자의 철학과 정신에 따라 특정 재단이나 단체, 교육 및 의료기관 등에 기부한다. 아름다운재단 관계자는 “기금 또는 재단의 운영 주체가 뚜렷해야 기부금의 전용을 막고 사업 목적대로 분명히 쓰일 수 있다”고 말했다. 출연자의 목적이나 용도대로 쓸 수 있도록 출연금을 기금화하거나 직접 재단을 설립해 운영하는 사례도 많다. 이런 경우 카네기, 포드, 록펠러 재단처럼 세월이 지나면서 공익재단 형태의 독립된 기구로 전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삼성 역시 당장은 아니지만, 장래에는 이건희 회장의 이름을 단 기금이나 재단으로 불리길 바라고 있다.
현재 미국 최대의 재단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이 부인과 함께 설립한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이다. 2004년 말 현재 이 재단의 자산 총액은 무려 288억달러(약 28조원)로 삼성이 밝힌 헌납액의 35배에 이른다. 삼성이 헌납한 8천억원을 한 곳에 몰아 재단을 설립할 경우 미국 60위권인 보스턴의 지역재단 ‘바 파운데이션’(8억300만달러)과 비슷한 규모다. 미국의 재단들이 펼치는 사업은 교육에서 복지, 문화사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은 미국 내 학교 정보기술(IT) 교육 지원에서 아프리카 전염병 퇴치까지 국적을 가리지 않는다. 아름다운재단 관계자는 “미국에서 기부문화가 꽃을 피우게 된 데는 카네기, 록펠러, 포드와 같이 자신의 전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고 공익활동에 앞장선 것이 큰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홍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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