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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코인 채굴업체 수천억 ‘먹튀’…농인 피해자만 100명인 사연

등록 2022-06-07 17:16수정 2022-06-07 17:38

다단계 수법에 지인 피해 급증
피해자들 ‘폰지 사기’ 주장
단체 형사 고소 나서
지하철에 게시된 에슬롯미 광고. 제보자 김지혜(가명·35)씨 제공
지하철에 게시된 에슬롯미 광고. 제보자 김지혜(가명·35)씨 제공

한 가상자산 채굴 업체에 투자한 수천명의 투자자들이 회사가 잠적하면서 모두 돈을 날릴 처지에 놓였다. 피해자 가운데 100여명의 청각장애인이 포함돼 있어, 피해 구제에도 어려움이 뒤따를 전망이다.

7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청각장애인 김지혜(가명·35)씨는 10년 넘게 알고 지낸 농인 지인들과의 모바일 메신저 대화방에서 가상자산 채굴 업체인 에슬롯미를 알게 됐다. 지인들은 업체가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등지에서 대량으로 운영하는 가상자산 채굴기를 임대하거나 구매하면 여기서 채굴한 가상자산을 원화 수익으로 정산받을 수 있는 ‘코인 재테크’라고 설명했다. 예·적금 외에 투자를 해본 적이 없던 김씨는 처음에는 반신반의했지만, ‘코인 채굴 100% 원금 보장, 1.2∼2% 수익금 매일 지급’이라는 소개 글을 올린 지인이 600만원을 투자한 뒤 단 한달 만에 1천만원에 가까운 돈을 받는 것을 보자 마음이 흔들렸다. 결국 김씨는 지난달 말 적금을 깨 600만원을 투자했고, 사흘 뒤 가족의 비상금까지 털어 1천만원을 추가로 입금했다.

하지만 투자 7일 만인 지난 2일 회사 누리집은 감쪽같이 사라졌다. 서울 서초구에 있는 사무실도 찾아가봤지만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그는 “투자라고는 평생을 해본 적이 없는데 최근에 알바도 그만둔 상태여서 돈이 필요했다. 15년 지기가 돈 받은 걸 보여주니까 뭔가에 씌인 것처럼 홀렸다”고 했다.

지금은 삭제된 에슬롯미 누리집 갈무리. 코인 채굴기 임대 보증금과 예상 수익이 적혀 있다.
지금은 삭제된 에슬롯미 누리집 갈무리. 코인 채굴기 임대 보증금과 예상 수익이 적혀 있다.

김씨를 비롯해 에슬롯미에 투자하고 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들이 수천명이고 피해 규모만 1천억원대 이상이라는 추정도 나온다. 김씨 등은 해당 업체가 투자자에게 약속한 고액의 이자를 ‘돌려막기’ 하다 투자금을 가로채 달아나는 ‘폰지 사기’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조만간 해당 업체를 형사 고소하고 집단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피해자들의 소송을 대리할 예정인 포유 법률사무소는 사기와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해당 업체에 대한 형사 고소를 준비 중이다. 포유 법률사무소는 피해자들의 자체 집계를 바탕으로 2천여명이 1천억원 이상의 돈을 돌려받지 못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피해자들은 에슬롯미가 유명 유튜버의 추천 영상과 지하철·버스 광고를 통해 신뢰할만한 업체라는 이미지를 주고 자신들을 속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지인 추천 시 커미션을 주는 방식으로 투자자를 끌어모으는 방식의 다단계 구조라 농인 지인의 추천으로 투자한 농인 피해자만 100명이 넘는다. 현재 110명의 농인들은 단체 대화방을 만들어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서울에 거주하는 이아무개(44)씨는 “함께 투자한 농인들과 경찰서를 갔는데 각자 관할서에 신고해야 한다고 해서 일단 돌아왔다”며 “신고 과정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농인 단체의 수어통역 지원 등을 받아야 수월할 것 같아 알아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비장애인 700여명도 단체 카톡방을 꾸려 집단 형사 고소 등 피해 구제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

김경남 포유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는 “이 수법은 5년 전부터 존재했던 범행 수법인데 여전히 대규모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며 “비현실적인 수익을 ‘무조건’ 보장하면 일단 의심하고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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