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피우는 것을 허용하자”는 각서를 주고받은 교수 부부가 결국 ‘바람’ 때문에 이혼했다.
1992년 결혼한 남편 ㄱ씨와 아내 ㅂ씨는, ㅂ씨가 전 애인을 만나기 시작한 2000년 11월부터 자주 말다툼을 벌이기 시작했다. ㄱ씨가 아내가 전 애인을 비롯한 중학교 남자 동창들과 주고받은 이메일을 보고 난 뒤 불화를 겪던 이 부부는 2003년 6월 “성관계를 강요하지 않고 다른 이성과의 교제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각서를 주고받았다. 모두 대학교수였던 두 사람은 이른바 ‘신세대식’ 해법을 시도한 것이다. 그러나 아내 ㅂ씨는 결국 남편의 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각서를 쓴 지 한달 만에 아이를 데리고 가출했다.
서울고법 민사24부(재판장 이성보)는 24일 “폭행을 저지른 남편과, 대화를 거부하고 가출한 아내 둘 다 책임이 있다”며 “ㄱ씨는 재산분할로 4억원을 ㅂ씨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성교제를 허용하는 내용의 각서도 주고받은 만큼 ㅂ씨에게만 파탄의 주된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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