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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법원 ‘주식·암호화폐 빚투’ 부담 덜어준다는데…‘도덕적 해이’ 우려도

등록 2022-06-28 16:57수정 2022-06-28 19:02

2030세대 개인회생 신청 증가
법원, 변제금 범위에 투자손실금 빼기로
‘채무자 신속한 사회 복귀에 도움’ 의견에
‘고위험 묻지마 투자 도덕적 해이 우려’도
<한겨레> 자료사진
<한겨레> 자료사진
‘빚투’(빚내서 투자활동을 하는 것) 실패로 개인회생을 택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법원이 이들의 채무부담을 낮춰주는 방향의 실무준칙을 마련했다. 파산 상태에 이른 채무자가 갚아야 할 채무 범위를 줄여 경제활동 복귀를 앞당겨 준다는 취지다. 신속한 사회 복귀라는 개인회생제도 취지를 살린다는 것인데, 묻지마 투자 등 도덕적 해이를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회생법원은 새달 1일부터 개인회생절차에서 ‘주식 또는 가상화폐 투자 손실금’ 실무준칙을 시행한다고 28일 밝혔다. 개인회생제도는 파산에 직면했지만 앞으로 지속적인 수입이 예상되는 개인채무자 회생과 채권자 이익을 아우르는 제도다. 채무액이 10억원 이하(담보채무의 경우 15억원 이하)일 경우 3~5년 간 일정 금액을 갚으면 나머지 채무를 면제 받을 수 있다. 법원은 개인이 갚아야 할 채무 총액을 그 사람 재산을 처분했을 때 채권자가 돌려받을 수 있는 금액(청산가치)보다 더 높게 산정한다. 채무자와 채권자 이익을 모두 도모한다는 취지다. 그동안 법원은 청산가치 평가 기준인 재산에 ‘투자 손실금’까지 포함해 계산해 왔다. 앞으로는 투자 손실금은 포함시키지 않겠다는 것이다. 투자 손실금을 재산으로 보지 않으면 갚아야 할 금액은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예를 들어 전 재산 1억원을 주식이나 가상자산(암호화폐)에 투자했다가 8천만원을 잃은 채무자가 개인회생을 신청할 경우 손실을 본 8천만원도 채무자 재산으로 판단해 최소 1억원 이상은 갚아야 했다. 이제는 손실액을 제외한 2천만원만 채무자 재산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2천만원 이상만 갚으면 다른 채무가 면제될 수 있는 식이다.

법원이 새 준칙을 마련한 이유는 개인회생을 신청하는 이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빚을 내 암호화폐·주식 투자를 하는 ‘빚투 청년’의 신청이 늘었다고 한다. 서울회생법원은 “2030세대의 투자 실패로 인한 개인회생 신청이 늘었다”고 했다. 서울회생법원 통계를 보면, 개인도산에서 2030세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2020년 42.5%, 2021년 45.1%로 2.6%포인트 증가했다. 가상자산 열풍 등으로 빚어진 빚투 현상이 한몫 했다는 게 법원 분석이다. 서울회생법원은 “새 실무준칙에 따라 주식 또는 가상화폐 투자 실패로 경제적 고통을 받는 많은 2030 채무자들의 경제활동 복귀의 시간이 한층 빨라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도산 전문 변호사들은 대체로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미 증발한 투자 손실금까지 갚아야 할 돈에 포함하는 건 채무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우기 때문에, ‘채무자의 신속한 사회 복귀’라는 개인회생제도 취지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도산사건을 많이 하는 김봉규 변호사는 “성실히 일하고 적법하게 투자했다가 실패한 경우 신속히 사회에 복귀시키는 게 제도 취지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다만 도덕적 해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경제학과)는 “손실 가능성을 고려한 투자의 결과인데, 이러한 준칙은 빚내서 투자하는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서지용 상명대 교수(경영학과)도 “최근의 금리 인상과 인플레이션 등으로 가상자산·주식투자로 인한 도산 사례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사회적 상황과 맞물린 대책인 것 같은데, 그럼에도 위험 투자에 대한 도덕적 해이를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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