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여자친구를 폭행해 숨지게 한 30대 남성에게 항소심에서도 징역 7년형이 선고됐다.
서울고법 형사6-3부(재판장 강경표)는 상해치사 혐의로 기소된 이아무개(32)씨에게 13일 1심과 같이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와 연인관계였다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의식을 잃은 피해자 신체를 끌고 다니면서 머리를 바닥에 떨어뜨렸고, 112에 신고할 때에도 사고 경위를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며 “수사 초기 단계에서 피해자나 가족에게 진정으로 사과하거나 위로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씨는 지난해 7월 마포의 한 오피스텔에서 7개월째 교제 중이던 여자친구 황예진(사망 당시 26)씨를 의식을 잃을 때까지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씨는 오피스텔 로비, 주차장, 시시티브이(CCTV) 사각지대에서 황씨를 수차례 폭행하고, 의식을 잃은 황씨를 이리저리 끌고 다닌 것으로 나타났다. 황씨는 외상성 뇌지주막하출혈(뇌출혈)로 입원치료를 받았으나 사건 20여일만에 숨졌다. 수상인명구조요원 자격증을 보유한 이씨는 119에 최초신고할 때에 폭행 사실을 숨기기 위해 “여자친구가 술을 마시고 넘어졌다”며 거짓 신고도 했다.
다만 재판부는 이씨가 피해자의 머리를 직접 가격했다고 볼만한 증거가 없고 이씨가 초범인 점 등을 고려해 1심과 같이 징역 7년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황씨의 어머니가 국민청원 게시판에 딸의 실명을 밝히면서 엄벌을 촉구하는 글을 올리고 53만명이 이에 동의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이씨의 범행을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밝히면서도 이씨가 “피해자를 살해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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