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오후 이집트 가족들이 조속한 난민 심사를 요구하며 정부과천청사 앞에 텐트를 치고 농성을 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핫산(38), 소힐라(28), 바하(39) 등 이집트 출신 세 가족 14명은 지난 6일부터 법무부가 있는 정부과천청사 앞에
텐트를 치고 ‘난민 심사를 조속히 해달라’고 농성 중이다. 이들은 이집트 군부 쿠데타에 저항하다 2018년 한국에 왔지만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2018년 난민 신청을 한 뒤 지난해 말 난민 불인정 결정을 받고, 지난 1월 이의신청을 했지만 법무부로부터 ‘이의신청 심사기간 연장’만 통보받고 있다. 통지서에는 연장 사유가 적혀 있지 않았다고 했다. 이들은 ‘난민 결정이 이렇게 오래 걸릴 줄 몰랐다고 토로한다.
난민 불인정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 심사를 전담해 심사 기간을 단축한다는 취지로 법무부가 2020년 난민심의과를 신설했지만, 이들처럼 기약 없이 심사 결과를 기다리는 난민 신청자들의 ‘희망고문’이 계속된다. 이의신청은 매년 증가하고 있는데 15명의 인력이 이를 전담하며 여전히 심사 적체현상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17일 <한겨레>가 법무부에 요청해 받은 난민심의 현황 자료를 보면 난민 불인정 결정에 대한 이의 신청을 처리하지 못하고 남아 누적되는 심사 적체 건수는 2019년말 3254건에서 올해 6월 말 3980건으로 늘었다. 이의신청 처리 기간도 크게 줄이지 못하고 있다. 법무부가 난민심의과를 신설하기 전인 2019년 1월부터 7월까지 조사한 이의신청 평균 심사 기간은 11.3개월이었는데 지난해말 기준 이의신청 심사 기간은 평균 9.7개월이었다. 난민심의과 신설 뒤 1.6개월을 줄인 것이다. 이의신청자들은 취업 등이 제한된 상태에서 기약 없이 늘어지는 심사에 여전히 불안해하고 있다.
난민심의과 신설 뒤 처리실적은 늘었다. 2019년 이의신청 처리실적은 3434건이었으나, 난민심의과 신설 뒤인 2020년에는 3792건으로 약 10% 늘었다. 2021년에는 4998건으로 2019년과 비교해 45.5% 증가했다.
그러나 매년 이의신청이 늘고, 이의신청하는 이들의 출신국가나 사유도 다양해지면서 심사 적체 현상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난민 불인정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은 최근 3년간(2019~2021년) 매년 평균 4913건이 접수됐다. 이의신청은 2018년 3111건에서 2019년 4067건, 2020년 5955건으로 증가했고 2021년 4718건으로 소폭 감소했다.
법무부는 “난민심의과 신설 이후 이의신청 심사 실적을 상향하는 등 심사 소요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난민심의과 신설 이전과 비교해 이의신청이 계속 증가하면서 심사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했다. 또 “이의신청인의 출신 국가와 신청 사례도 복잡하고 다양해졌고, 이의신청인의 의견 진술권 보장 등 과거와 비교해 심사에 소요되는 시간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난민심의과의 인력은 2020년 2월 15명으로 시작해 충원 없이 그대로다. 지난해말 기준으로 난민심의과 15명이 4998건의 이의신청을 처리했는데, 1명당 약 333건을 처리한 셈이다. 법무부는 “신청인의 절차적 권리를 충분히 보장하면서도 신속한 권리구제 절차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이의신청 심사인력 증원 등 인프라를 보강하는 것이 필수”라며 “관계부처와 협의를 계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일 난민인권네트워크 변호사는 “현재 (법무부)조사관 인력이 턱없이 모자란 수준이다. 조사 인력이 늘어나 심사 기간을 줄일 수 있어야 한다”면서 “지금은 이의신청이 연장될 때 연장 이유에 대한 설명도 없다. 난민 신청자들에게 희망 고문이 안 되도록 사유를 알려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집트에서 온 난민신청자들이 11일 오후 정부과천정사 앞에 ‘텐트농성’을 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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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진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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