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직 채용 직원의 전 직장이 소기업이거나 비정규직이었다는 이유로 근무 경력을 인정해 주지 않고 호봉을 정한 것은 차별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는 “공공기관 비정규직 근무 경력과 100명 미만 민간 업체에서의 근무 경력을 인정해 주지 않는 것은 차별”이라며 ㄱ씨가 원주시시설관리공단을 상대로 낸 진정을 받아들였다고 1일 밝혔다. 공단 쪽에는 비정규직 및 100명 미만 민간사업장에서의 유사 경력이 경력직 호봉 획정 시 배제되지 않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하고, ㄱ씨의 입사 전 경력들을 재심의할 것을 권고했다.
원주시시설관리공단에 채용돼 가스·소방시설 관리 업무 등을 맡게 된 ㄱ씨는 전 직장에서 비슷한 업무를 했지만, 비정규직이거나 100명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에서 일했다는 이유로 경력 인정을 받지 못했다. ㄱ씨는 원주시시설관리공단 입사 전 70명 규모의 민간 도시가스 회사에서 정규직으로 22년간 안전관리업무를 했고, 그 뒤 한 공공기관 가스경력직 기간제 직원으로 채용돼 1년6개월을 근무했다.
공단은 상근직원 100명 이상의 법인에서 정규직으로 일한 경력을 인정하는 자체 보수규정을 토대로 “공단의 보수규정은 헌법이 보장하는 공단의 경영권”이라며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본질적으로 동일한 비교집단이 아님을 고려할 때 차별을 논할 수 없다”고 인권위에 주장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공단의 규정은 비정규직이라는 사회적 신분과 사업장 규모를 이유로 고용 및 임금 영역에서 불리하게 대우한 평등권 침해라고 봤다. 인권위는 “과거 경력에 대한 분석 없이 단지 비정규직으로 근무했다는 형식적 요소에 의해 경력 인정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소규모 사업장 근무를 경력으로 인정해 주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인권위는 “현재 수행 업무 내용이나 개인의 경험, 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퇴직 당시 상근직원 100명 이상의 법인에서 일한 경력은 50%를 인정해 주면서 그 미만의 법인에 대해서는 인정해 주지 않는 것은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ㄱ씨가 22년 동안 안전관리업무를 맡았던 민간 도시가스 업체(전 직장)는 약 14만 가구에 가스를 공급하는 곳이었고, 현재 직무와도 유사한데 100명 미만 사업장이었다는 이유만으로 근무 경력을 인정하지 않은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게 인권위의 판단이다.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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