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여름이면 모기약으로 집을 ‘무장’했던 류성균(30)씨는 몇 해 전부터 모기약을 사지 않았다. 잠들때 마다 성가시게 하던 모기들이 사라져서다. 류씨는 “밖에 나가선 몇 마리 봤지만 물려본 적이 없고 집 근처에선 거의 보지 못했다. 모기가 두렵지 않은 여름”이라고 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여름도 모기가 부쩍 줄었다. 폭염이나 집중 호우가 잦을수록 모기가 자취를 감추는 양상이다. 이제는 모기의 별명을 ‘여름철 불청객’이 아니라 ‘가을철 불청객’으로 불러야 할지도 모른다.
4일 서울시가 집계하는 ‘모기 예보제’ 데이터를 보면, 올해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된 지난 6월 1일부터 7월 말까지 모기지수(주거지 기준)의 산술평균값은 50.6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평균값(51.9)보다 1.3포인트 낮다. 2년 전(51.5)보다도 내려간 수치다. 모기지수는 모기 포집 개체 수 데이터와 기상청 기상자료를 연동 분석해 모기의 발생 예측도를 측정한 값이다. 25 미만은 쾌적, 50 미만은 관심, 75 미만은 주의, 75 이상은 불쾌 단계로 나뉜다. 서울시는 지수 값에 따라 시민들의 모기 대응 행동수칙과 방제법을 안내하고 있다.
지수 값이 주의 단계로 들어서는 50을 넘어선 날은 올해 32회였다. 2020년 같은 기간 기준으로는 42회였다. 50 이하인 관심 단계에서는 모기 유충 서식지가 20% 이내로 형성된 단계로, 모기가 집안으로 침입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한다.
모기 활동이 왕성했던 지난 2017년 6~7월에는 ‘주의’로 넘어가는 횟수가 54회였고, ‘불쾌’에 도달한 것도 44회에 달했다. 그러나 지난 3년(2020년~2022년)간 불쾌 단계로 들어선 경우는 6~7월 사이엔 한 차례도 없었고, 2020년 8월27일 단 하루만 76.8를 기록했다.
이는 폭염과 집중호우 등 기후변화와 연관성이 있다. 변온 곤충인 모기는 32도가 넘는 고온에선 활동이 줄어든다. 또 폭우는 모기 유충이 성장할 환경을 방해한다. 폭염일수가 부쩍 늘어난 2018년부터 여름보다 봄(5월 이전)이나 가을(9월 이후)에 모기가 더 활발하게 활동하는 모양새다.
실제로 모기지수는 2018년 이후 폭염일수가 증가와 함께 하락하고 있다. 기상청 자료를 보면, 2018년은 최근 10년간 폭염일수가 35일로 가장 많았던 해다. 2019년은 15일로 4번째, 2021년은 18일로 3번째로 많았다. 올해는 8월 전까지 10일을 기록하고 있다. 모기 유충이 밀집한 물웅덩이를 씻겨내려가게 하는데 국지성 호우도 최근 몇 년 사이 잦아졌다. 2020년의 폭염일수는 4일로 적은 편이었지만, 중부권 기준 장마 기간이 54일로 최근 10년간 가장 길었다. 2020년의 경우 폭염일수가 적어도 비가 많이 내려 모기가 눈에 띄지 않은 것이다.
이동규 고신대 교수(보건환경학)는 “최근 전국적으로 7~8월에 집중됐던 모기들이 활동하지 않는다”며 “온난화 등 기후변화로 이제는 늦은 봄인 4~5월과 9월 이후 가을에 모기가 주로 활동한다”고 말했다.
곽진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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