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지원단에 채용된 직원에게 임신을 이유로 사직을 권고한 지역 선거관리위원회의 조처는 차별 행위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는 해당 선관위 위원장에게 유사한 사례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진정인 ㄱ씨에게 사직을 권고한 지도계장에 대해 필요한 인사상 조처 및 직원 대상 성인지 감수성 향상·차별 예방 교육을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고 8일 밝혔다.
‘2022년도 공정선거지원단’ 선발에 합격한 ㄱ씨는 지역단속반(외근직)으로 배정받아 지난 1월 첫 출근을 했다. ㄱ씨는 당시 임신 4개월차였고, 내근직인 법규운영반 직원 중 지역단속반 근무를 희망하는 이도 있어 내근직으로의 업무 전환을 요청했다. 그러나 당시 ㄱ씨와 면담한 지도계장 ㄴ씨는 임신 중 업무를 하긴 어렵다는 이유 등으로 사직을 권고했고, ㄱ씨는 출근 첫날 사직서를 제출해 채용이 종료됐다.
이에 대해 해당 지역 선관위와 ㄴ씨 쪽은 “ㄱ씨는 자의로 사직서에 서명해 사직 강요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지역 선관위 쪽은 “ㄱ씨의 임신 마지막 달은 6월 지방선거가 임박할 때라 근로계약을 불이행할 가능성이 높고, 업무량이 과중한 기간이기도 해 계속 근무가 가능하다는 (ㄱ씨) 주장은 타당성이 없다”며 “ㄱ씨 스스로 법규운영반(내근직) 전환을 요구해 지역단속반 업무수행의 곤란함을 주장해 계속 근로 가능성을 재검토한 결과이지 차별적 의도를 가진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내근직 업무 강도도 외근직 못지 않고, 배정된 근무 형태를 임의로 변경하기 어려운 점, ㄱ씨의 코로나19 백신 2차 미접종으로 근무 중 감염 위험이 높은 점 등도 고려됐다.
그러나 인권위는 ㄱ씨에게 사직을 권고한 선관위 결정은 평등권을 침해한 차별행위가 맞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임신 중이라고 해 선거지원단 근무가 어려운 것은 아니라는 의견을 냈다”며 “선거지원단 업무 강도와 스트레스 등을 고려해 임신 중인 ㄱ씨가 행당 업무를 수행하기 어렵다는 주장은 선관위의 주관적 판단일 뿐”이라고 봤다. 인권위는 또 ㄱ씨가 지방선거 기간과 겹치는 6월 출산 예정이라 근로기간 충족이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도 선관위의 예단에 불과하다고 봤다.
인권위는 임신을 이유로 고용 차별을 한 것은 국가기관의 역할도 아니라고 밝혔다. 인권위는 “설령 출산으로 근로기간 유지가 어려운 상황이 발생해도 대체인력 마련 등 적극적인 보호 조치를 하는 것이 모성보호 책임이 있는 국가기관의 역할”이라며 “ㄱ씨의 내근직 전환을 불허한 행위는 임신 중인 ㄱ씨 근로환경 보호를 위한 국가기관의 적극적인 조치 의무를 다하지 않은 행위”라고 지적했다.
ㄱ씨의 코로나19 백신 미접종과 관련해서도 당시 백신 미접종에 따른 선거지원단 근무 제한 방침이 없었고, 당시 사회적으로 임신부의 미접종 비율은 90%가 넘는 등 백신 접종이 어려운 상황을 고려했어야 한다는 게 인권위 판단이다.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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