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취해 택시 기사를 폭행하고 블랙박스 영상 등 증거를 없애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이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2부(재판장 조승우)는 25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운전자 폭행)과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이 전 차관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전 차관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하면서 “피고인 이용구는 형사처벌을 면하거나 경감받기 위해 증거인멸을 교사했고 이로 인해 범행이 더 중해졌고 죄질이 더 불량해졌다”라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어 “다만 피해자의 피해가 중하지 않고 피해자의 용서를 받았다”라며 “증거인멸교사의 경우 동영상은 계속 존재했고 수사관은 수사종결 전에 동영상을 직접 시청했기 때문에 서초경찰서가 이 사건을 ‘공소권 없음’으로 잘못 처리하는데 피고인의 범행이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보긴 어렵다”라고 덧붙였다.
이 전 차관은 2020년 11월6일 밤 술에 취한 상태로 택시를 타고 잠들었다가 서울 서초구 자택 인근에 도착해 기사가 깨우려고 하자 그의 멱살을 잡고 밀치는 등 폭행한 혐의를 받았다. 사건 이틀 뒤인 8일 택시 기사에게 전화해 폭행 장면이 담긴 차량 내 블랙박스 영상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한 혐의도 받았다.
당초 이 사건은 서울 서초경찰서가 반의사불벌죄인 폭행죄를 적용해 내사 종결했다. 이후 이 전 차관이 2020년 차관직에 임명된 뒤 언론을 통해 사건이 알려지면서, 피해자 의사와 무관하게 처벌하는 특가법상 운전자 폭행죄로 처벌하는 게 맞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번 사건처럼 택시기사가 승객을 내려주기 위해 일시 정차한 경우에도 특가법상 운전자 폭행죄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이 전 차관은 지난해 5월 사의를 표했고, 검찰은 같은 해 9월 특가법상 운전자 폭행죄 등으로 이 전 차관을 기소했다. 이 전 차관 쪽은 운전자 폭행 혐의에 대해서는 인정하나, 피해 택시기사가 블랙박스 동영상을 아주 삭제하지 않았기 때문에 증거인멸 교사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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