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윤 대통령 ‘삼부토건 뇌물 의혹’ 불송치…“증거불충분”

삼부토건 회장 일정표엔 ‘만찬 윤검사’ 표시
경찰 “대검 중수과장 특수부 수사 지휘 권한 없어…
객관적 자료도 남아있지 않아”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 19일 충청북도 충주 중앙경찰학교 대운동장에서 열린 중앙경찰학교 310기 졸업식에서 졸업생들에게 받은 선물을 보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검사 재직 시절 조남욱 전 삼부토건 회장으로부터 뇌물을 받고 삼부토건 수사에 외압을 가했다는 의혹을 수사해온 경찰이 불송치 처분을 했다.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뇌물) 위반 혐의로 고발된 윤 대통령에 대해 지난달 22일 증거불충분으로 혐의가 없어 불송치했다고 26일 밝혔다.

앞선 지난해 7월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은 윤 대통령이 검사 시절 조남욱 전 회장에게 2007∼2012년 사이 골프 접대·향응을 받고, 대검찰청 중앙수사1과장으로 근무할 당시엔 서울중앙지검 특수 2부의 삼부토건 임직원 횡령 사건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의혹이 있다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했다. 사세행은 윤 대통령이 수사에 영향을 끼친 뒤 삼부토건이 2012년 윤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운영했던 ‘코바나컨텐츠’가 기획한 사진전에 후원금을 냈다는 의혹도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2월 사건을 넘겨받아 수사 해온 경찰은 먼저 수사 외압 의혹에 대해 “대검찰청 중앙수사1과장 직무 범위에는 서울중앙지검 특수 1·2부 등 각 지방검찰청 특수부 수사에 대한 지휘·감독 권한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며 “고발인도 윤 대통령이 삼부토건 임직원 횡령 사건 수사에 부당한 외압을 행사했다고 볼 뚜렷한 증거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경찰은 골프 접대·향응 의혹에 대해서는 “삼부토건의 명절 선물 목록이나 비서실 일정표의 실체, 진위 여부 등을 명확하게 확인할만한 객관적 자료도 현재 남아있지 않다. 고발인 진술 및 언론기사만으로는 피의사실 인정이 어렵고, 이를 인정할만한 충분한 증거도 없다”고 고발인에게 통보했다.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서는 “삼부토건이 회계자료상 사진전 후원금 집행내역을 찾을 수 없었다고 회답했다”고 밝혔다.

삼부토건 조남욱 전 회장의 달력 일정표 2011년 8월13일에 ‘만찬 윤검사. 황사장’이라고 기록돼 있다. 조 전 회장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ㄴ산업 황아무개 사장과 함께 저녁 약속을 가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7월 <한겨레>는 윤 대통령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2과장을 지내던 2011년 전후로 중견 건설사인 삼부토건 조남욱 전 회장한테서 수차례 골프 접대와 향응을 받았을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담긴 기록을 입수해 보도했다. 해당 기록은 조 전 회장 비서실의 일정표와 명절 선물 명단 내역 등이다. 일정표 등을 보면 윤 대통령이 2011년 4월 조 전 회장이 윤 대통령과 골프 회동을 한 것으로 기재됐다. 같은해 8월에도 조 전 회장과 다른 기업체 사장이 윤 대통령과 만찬을 했다는 기록이 있었는데, 이 시기 삼부토건 임직원들은 2006년부터 추진한 ‘헌인마을 개발사업’ 등에서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로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에서 수사를 받고 있었다.

삼부토건 관계자 및 윤 대통령에 대한 조사 여부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수사 내용에 해당하기 때문에 답할 수 없다”고 했다.

<한겨레>가 입수한 삼부토건 조남욱 회장의 명절 선물 명단 내역. 박종식 기자 [e-mail]

장예지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