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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단독] 성희롱 신고 뒤 되레 징계 받은 동료에 경찰 206명 탄원서

등록 2022-09-01 15:44수정 2022-09-01 20:52

2차 피해에 감찰, 형사고발까지 부당 처분 이어져
검찰 ‘무혐의’ 처분에도 “업무 미숙” 이유로 징계
동료들 “성희롱 피해자에게 가혹한 처분…안타까워”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강원 태백경찰서 재직 당시 동료 경찰들의 집단 성희롱을 신고한 뒤 보복성 감찰에 이어 징계를 받은 여성 경찰관을 위해 200명이 넘는 경찰 동료들이 징계의 부당성을 알리는 탄원서를 냈다. 징계를 받게 된 동료 한명을 위해 전국에서 탄원 서명을 모은 것은 경찰 조직에서 이례적인 일이다.

1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30일 서울·경기·인천·경남 등 전국 각지에서 근무하는 경찰과 일반 공무원 206명은 이름과 소속 및 서명 등을 담은 탄원서명부를 작성해 징계 처분을 받게 된 ㄱ경장에게 전달했다.

탄원서에 서명한 이들은 순경부터 경정까지 계급도 다양했고, 총경 2명도 이름을 올렸다. 절반가량은 남성 경찰관들이었다. 서명부 앞머리에 이들은 “(ㄱ경장은) 근무를 도저히 할 수 없는 환경 속에서 최선을 다해 업무처리를 하였으나, 과중한 업무와 피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해 장기간 조사를 받는 등 업무 연속성이 떨어졌다”며 “미숙한 처리가 있던 점은 사실이나 양형이 고려되지 않은 채 감봉이라는 결과를 받은 것에 대해 탄원을 청한다”고 밝혔다.

2019년 순경으로 임용된 ㄱ경장은 태백경찰서 지구대에서 경찰 생활 첫발을 떼자마자 발생한 성희롱과 보복성 감찰, 직무 고발을 겪어야 했다. 2020년 9월 청문감사실에 피해 사실을 알렸지만 강제 인사 조처 등 2차 피해에 시달리던 사이 ㄱ경장은 관리하던 유실물이 사라졌다는 이유 등으로 내부비리 신고를 받아 감찰과 형사 고발을 당했다. ㄱ경장은 검찰에서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경찰은 지난달 4일 ㄱ경장에게 업무상 책임을 물으며 감봉 1개월 처분을 했다.

ㄱ경장을 위해 206명의 경찰 동료들이 서명한 탄원서명부 일부.
ㄱ경장을 위해 206명의 경찰 동료들이 서명한 탄원서명부 일부.

동료들은 징계가 과도하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ㄱ경장 동기 경찰관인 ㄴ씨는 탄원서에 “입직한 지 얼마 안 된 직원이 업무 처리에 미흡할 수도 있는데 경찰서 차원에서 직무고발을 해 집단 성희롱을 당한 피해자를 괴롭혔다”며 “(ㄱ경장에게) 성희롱을 한 대상자들 중 직권경고에 그친 사람들도 많은데 피해자는 감봉이라는 무거운 처분을 받았다”고 적었다. ㄱ경장과 함께 근무했던 ㄷ경찰관도 “(ㄱ경장은) 유실물 업무만이 아닌 풍속 업무를 맡아오며 지역 간 합동단속을 했고, 사무실에 찾아가면 ㄱ경장은 항상 바쁘게 일했다”며 “피해 사실에도 어떻게든 열심히 하려고 노력했지만 징계를 받는 게 안타깝다”고 했다.

ㄱ경장을 대리한 류재율 변호사는 “ㄱ경장은 이번에 업무 우수성을 인정받아 시도청에서 표창을 받을 수 있었는데 이번 징계로 취소됐다. 내년 1월 승급 시험도 앞두고 준비 중이었는데 1년 동안 승급과 승진 등도 모두 제한된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ㄱ경장은 지난 30일 동료들의 도움에 힘입어 징계가 부당하다는 취지로 소청심사를 청구한 상태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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