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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문경시 ‘인구증가 위한 농촌총각 장가보내기’…“이주여성 도구 취급”

등록 2022-09-07 12:00수정 2022-09-07 15:53

경북 문경시 ‘농촌총각 장가보내기 사업’
“유학생 여성 결혼·출산 역할로만 상정…
성역할 고정관념에서 비롯”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와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이 베트남 출신 유학생들과 함께 지난해 5월28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농촌 총각 장가보내기’ 사업을 추진한 경북 문경시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제공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와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이 베트남 출신 유학생들과 함께 지난해 5월28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농촌 총각 장가보내기’ 사업을 추진한 경북 문경시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제공

인구증가를 위해 농촌 남성과 베트남 유학생의 결혼을 주선하겠다는 경북 문경시의 ‘농촌총각 장가보내기 사업’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이주여성을 인구증가 시책의 도구로 활용하는 것은 문제”라며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는 문경시장에게 “인구증가 시책과 관련해 성평등 관점에서 사업내용을 점검하고 소속 직원들을 대상으로 인권교육을 추진하는 등 대책을 마련해 시행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했다고 7일 밝혔다. 인권위는 “인구 유치를 위한 정책 추진에 있어 이주민 등 특정 집단에 대한 차별과 편견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성평등에 부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5월 베트남 출신 유학생들과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등 시민단체는 문경시가 추진한 ‘인구증가를 위한 농촌총각 장가보내기’ 사업은 유학생 여성을 국제결혼의 대상으로 삼는 성차별적 정책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문경시가 법무부 출입국 대행기관인 한 행정사무소에 보낸 협조 공문을 보면, “농촌의 인구 증가와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혼인 연령을 놓친 농촌 총각과 베트남 유학생의 자연스러운 만남을 통한 농촌 총각 장가보내기를 추진한다”며 맞선 후 만남을 위한 무료 주거지원, 예비 신랑의 집을 방문할 경우 출퇴근 농사, 생활경비 등 금전 지원 내용도 적혀 있었다. 이런 내용은 해당 행정사무소가 문경시 공문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하면서 알려져 논란이 됐다. 실제 사업은 추진되지 않았다.

인권위는 협조문 내용을 행정사무소 대표가 임의로 수정했던 정황이나 현재는 이 게시글이 삭제된 점을 참작해 진정은 각하했지만 문경시 정책이 여성을 인구증가의 수단으로 보아 성평등에 반한다고 보고 의견을 표명했다. 인권위는 “결혼 이주는 지자체의 ‘농촌총각 장가보내기’ 등 재생산 위기 타개를 위한 정책에 따라 진행돼 이주한 아시아 여성을 인구증가의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취급하는 결과를 가져왔다”며 “문경시는 국제결혼을 희망하는 농촌 남성에 대한 구체적인 수요나 국내로 이주한 여성들의 이주 목적의 차이 등을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베트남 유학생과 농촌 비혼 남성의 결혼을 주선하고자 했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이 정책이 여성에 대한 가부장적 성역할 고정관념에서 비롯된 것이란 점도 짚었다. 여성을 “출산과 육아, 가사노동과 농사 등 가족 내 무급노동의 의무를 진 존재로 인식한 고정관념 때문”이라는 것이다.

코로나19로 결혼이주여성 수가 감소하면서, 문경시는 아시아 여성 중에서도 결혼이주여성 비율이 높은 베트남 출신 유학생을 특정해 정책 대상으로 삼았다. 인권위는 이 점을 들어 “농촌지역의 국제결혼은 한국 남성의 ‘정상가족’ 구성을 위한 가부장적 틀에서 이행됐고, 베트남 여성을 ‘순종적이고 순결하다, 생활력이 강하다’는 등의 이미지로 미화했던 측면을 부인할 수 없다”며 “성별과 국적 등 다양한 지위에 있는 베트남 유학생이 학생 신분이라는 것과 상관없이 오로지 농촌 남성의 결혼 상대방으로만 상정한 것은 베트남 여성이 성별화된 역할을 수행하기에 적합하다는 편견을 함의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문경시는 인권위 조사에서 “국제결혼의 부정적 사례를 방지하고 미혼 남녀의 만남의 장을 마련하여 궁극적으로 이주여성의 안정적인 정착을 도우면서 인구증가시책을 홍보한다는 취지에서 사업을 기획하였는데, 사전에 신중하게 충분히 검토하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문경시는 <한겨레>에 “시가 인구소멸 위기에 처해 인구 증가에만 초첨을 맞춰 시책을 강화하고 홍보하다보니 깊이 있는 계획을 만들진 못했다”며 “앞으로도 이런 정책을 실행할 계획은 없고, 10월말 전직원 대상으로 인권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했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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