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는 2019년 11월 판문점에서 탈북어민 2명을 북한으로 송환하던 당시 촬영한 사진을 7월 12일 공개했다. 당시 정부는 북한 선원 2명이 동료 16명을 살해하고 탈북했으나 귀순 의사에 진정성이 없다고 보고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추방했다. 이들이 북송에 반발하는 모습. 통일부 제공
‘북한 어민 북송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이 20일 김준환 전 국가정보원 3차장을 불러 조사했다. 이 사건 대통령기록관 압수수색을 마무리한 검찰이 문재인 정부 주요 인사들을 잇따라 불러 조사하면서 ‘윗선’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모양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 수사3부(부장 이준범)는 이날 오전부터 김 전 차장을 피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 김 전 차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6월부터 국정원 2차장을, 같은 해 10월부터 2020년 8월까지 3차장을 지냈다. 검찰은 2019년 11월 동료 16명을 살해하고 탈북해 귀순 의사를 밝힌 북한 선원 2명을 북한으로 돌려보내는 과정에 문재인 정부 주요 인사들의 부적절한 지시가 있었는지 수사하고 있다.
국정원은 지난 7월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을 국정원법(직권남용) 위반과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로 고발하면서 당시 대북업무를 맡았던 김 전 차장을 함께 고발했다. 국정원은 서 전 원장이 2019년 11월 북한 어민 북송에 앞서 김 전 차장 등을 통해 합동조사 보고서를 통일부에 전달했는데, 이 과정에서 ‘강제 수사 필요’ ‘귀순’ 등 표현이 빠지고 ‘대공 혐의점 없음’이라는 내용이 추가된 정황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차장은 당시 어선 현장조사 계획 중단 등 위법 행위에 가담했다는 의혹도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검찰은 전날에도 김유근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을 피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바 있다. 김유근 전 차장은 당시 청와대가 어민 송환 과정에 직접 관여했다는 의혹을 키운 인물이다.
지난달 말 이 사건 관련 대통령기록관 압수수색을 마무리한 수사팀이 문재인 정부 주요 안보라인 인사를 연이틀 불러 조사하면서,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 서훈 전 원장 등 ‘윗선’ 수사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검찰 안팎에서는 수사팀이 압수물 분석을 마치고, 당시 주요 안보라인 인사들에 대한 사전 조사를 충분히 한 뒤 ‘윗선’을 불러 조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수사인 만큼 정치적 시비 등 괜한 오해를 막기 위해 검찰은 최대한 촘촘하게 수사를 할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 주요 ‘윗선’ 수사를 코앞에 둔 검찰은 당시 북송 자체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위법한 행위라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헌법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거나 침해하려면 국가 안전보장 및 공공복리, 질서유지 등 정당한 목적이 있어야 한다. 또 법률에 근거해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다”며 “국민을 북송해도 된다는 법률은 없다”고 했다.
손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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