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전 첫 수업을 시작한 한겨레 중·고교에서 북한 출신의 ‘새터민’ 청소년들이 선생님의 지도에 따라 ‘레크레이션 댄스’를 배우고 있다.
‘배움의 장’ 2곳 희망찬 개교 - 한겨레 중·고교 문열어
“한겨레의 ‘댄스 히어로’ 정민이…좋습네다” 2일 개교와 함께 첫 수업에 들어간 경기 안성시 죽산면 칠장리의 ‘한겨레 중·고교’ 2층 교실. 경쾌한 음악에 맞춰 교사한데 레크리에이션 댄스를 배우던 10대 청소년들이 입에서 북한 사투리가 짙게 배인 즐거운 탄성들이 쏟아져 나왔다. 3·1절에 맞춰 입학식을 열고 첫 수업을 시작한 한겨레 중·고교는 북한을 탈출해 나온 청소년들의 남한 사회 적응을 돕기 위해 설립됐다. 국내에선 학력이 인정되는 정규 학교이기도 하다. 이날 입학한 14~21살 새내기 학생 22명 대부분은 어려서 북한을 나와 중국 등 제3국을 떠돌다가 입국한 이른바 ‘새터민’의 자녀들이다. 일부는 홀로 입국하기도 했다. 어머니와 함께 중국에서 2년전 입국한 최아무개(16)군은 “중국에서 지낼 때는 단속이 무서워 학교를 다닐 수 없었는데, 한국에서 소원을 풀었다”며 환하게 웃었다. 사회담당 교사 채현진(26)씨는 “연예인 좋아하고 노래 좋아하기는 또래 한국 학생들과 똑같지만 북한을 나온 뒤로는 공부를 할 수 없던 탓에 배우려는 의지가 ‘굉장히’ 강하다”고 말했다. 한겨레 중·고교는 원불교가 통일부와 교육부의 지원을 받아 운영하는 기숙학교다. 심리치료사와 상담전문가 등 분야별로 엄선된 20여명의 교사들이 24시간, 연중내내 학생들과 함께 생활하며 국내 학생들과 똑같은 중고교 학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
곽종문 교장은 “현재 북한을 나온 학령기 청소년은 대략 1200여명에 이르지만 그동안 방치되어오다 처음으로 체계적인 남한사회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마련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안성/홍용덕 기자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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