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 경기 시흥의 한 중소기업에 들어간 직장인 최아무개(25)씨는 대기업에 다시 취직하고 싶었지만 청년내일채움공제(청년공제)로 목돈을 모을 수 있다는 생각에 지금의 회사에 만족하고 있다. 최씨는 “청년공제가 없었다면 이 회사에 오래 다닐 생각을 하지 못했을 것 같다”고 했다.
청년공제는 중소기업에 신규 취업한 청년이 매월 12만5000원씩 2년간 300만원을 적립하면 정부가 600만원, 기업이 300만원을 공동적립해 2년 후 1200만원과 이자를 지급하는 제도다. 재직자는 5년 만기, 3000만원을 지급하는 형식으로 운영된다.
최씨 사례처럼 청년들의 중소기업 취업을 유도하고 장기근속과 자산 형성을 돕기 위해 2016년부터 도입된 청년공제 예산이 내년부터 94%나 삭감될 위기에 놓였다. 특히 비서울지역의 청년들 가입자가 많아 지역 청년들의 피해가 클 것으로 보인다.
1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성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받은 ‘청년공제 지자체별 가입자 현황’을 보면, 올해 8월말까지 청년공제 누적가입자는 총 56만1494명으로, 이 가운데 비서울지역 가입자는 65%(36만4893명)로 절반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기 수령자(누적 21만6251명) 중 비서울지역 비율도 65.8%(14만2355명)였다. 이들이 공제받은 금액도 전체 4조28억원 중에서 66%(2조6430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청년공제 예산은 내년에 164억원으로 올해(2750억원)보다 94%나 줄어든다. 신규가입도 1만명으로 제한된다. 애초에 올해까지 일몰 기한이 있던 사업이었지만, 성과를 고려해 사업을 연장하는 대신 예산을 대폭 줄이기로 한 것이다.
가입자가 제한되면서 중소기업 중에서도 제조업이나 건설업만 공제대상이 된다. 지난해 기준으로 청년공제 대상이었던 총 5만1224개 사업장 중 제조업(1만5668개), 건설업(2458개)을 제외한 사업장은 3만3098개(64.6%)였다. 제도가 바뀌면 60%가 넘는 중소기업은 공제대상에서 제외된다. 비서울지역으로만 한정하면 1만8000곳 넘는 중소기업은 청년공제로 직원을 끌어모을 수 없게 된다.
국회입법조사처도 청년공제의 예산 삭감을 비판하는 보고서(‘청년재직자 내일채움공제 운영 현황과 개선과제’)를 13일 냈다. 박충렬 경제산업조사실 입법조사관은 “사업의 성과가 명확하게 나타난 청년공제는 축소가 아니라 확대하거나 현행처럼 유지돼야 한다”고 했다. 이성만 의원은 “윤석열 정부는 말로만 청년 지원, 균형발전을 외치지 말고 이런 예산부터 원상복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기부는 “재직자 청년공제는 1866억원은 내년에도 편성돼 실질적인 감소폭은 26.2%(720억원)”라고 해명했으나, 이는 신규 가입자를 포함하지 않는 기존 지원금을 포함한 계산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지역 청년들 혜택이 줄어드는 것에 대해선 공감한다. 일단은 새로 편성되는 프로그램으로 개선이나 보완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곽진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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