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과음ㆍ군기잡기ㆍ폭행ㆍ성추행에 형사처벌과 손배 판결
해마다 새 학기가 되면 대학가에서 신입생 환영회나 선ㆍ후배 회식 도중 과음 등에 따른 각종 불미스런 사고가 되풀이되고 있으나 학생들이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있다.
이런 사고에 연루돼 법정에 가면 우발적으로 생긴 사고임에도 형사 처벌이나 고의ㆍ과실에 의한 손해배상 책임은 피할 수 없다는 판결이 잦은 만큼 낭패를 보지 않으려면 대학 신입생 환영회 문화도 이젠 변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 과음ㆍ`군기잡기' 판례 =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나 환영회에서 과도한 술을 강요하는 `신고식'이나 선배의 지시를 강제로 따르게 하는 `군기잡기'로 사고가 나면 법은 가해 대학생들에게 형사처벌과 함께 손해배상 책임을 지운다.
서울중앙지법은 2002년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참가해 공식행사 종료 후 `말뚝박기'를 하다 다친 이모씨가 선배와 동기생 등 5명과 대학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들은 5천110여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공식 일정이 끝난 뒤 배정된 방 안에서 위험한 놀이를 하다가 사고가 발생했고 참석자들은 스스로 행동에 책임을 져야할 나이라는 점 등에서 사고 발생 자체에 대해 대학교나 교직원들의 책임을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주관한 학교측은 만일에 일어날 수 있는 부상에 대비해 적절히 조치해야 할 보호의무가 있다"며 배상 책임을 인정하고 선배와 동기생들도 위험한 놀이 중 일어난 사고에 대해 배상하라고 밝혔다.
대전고법은 1998년 신입생 환영회에서 선ㆍ후배 간 유대를 강화한다며 신입생들에게 소주를 대접에 부어 마시게 한 뒤 자기 소개를 하는 `대면식'을 진행하다 후배를 급성 알코올 중독으로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강모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강씨는 1심에서 `상해를 입힐 범죄 의도가 없었다'며 상해치사방조죄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고, 과실치사죄만 인정돼 금고 8월에 집유 1년을 선고받았지만 고법은 `범행 동기와 정황을 고려하면 형이 너무 무겁다'며 벌금형으로 감형했다.
◇ 폭행ㆍ성추행ㆍ음주 교통사고 판례 = 입학 축하 분위기에 들뜬 선후배나 교수가 과도한 음주 등으로 인해 폭행이나 음주 교통사고, 성추행 사고에 휘말리고 결국 악연이 법정에서 소송으로 판가름나는 사례도 많았다.
서울중앙지법은 2003년 신입생 오리엔테이션과 1ㆍ2학년 대면 행사를 위해 머물던 콘도에서 후배가 술에 취해 반말을 하자 마구 폭행해 한쪽 눈을 `영구 시력저하' 상태에 빠뜨린 전모씨에 대해 피해자에게 3천3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창원지법은 2003년 신입생 환영회를 마치고 선배가 땅 바닥에 머리를 박는 `원산폭격'을 서게 한 데 불만을 품고 맥주병을 깨 선배를 찌른 김모씨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청주지법 형사항소부는 2004년 대학원 신입생 단합대회에서 제자를 끌어안고 입맞춤을 하려다 강제추행과 모욕 등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된 교수 이모씨에게 벌금 1천만원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이씨가 피해자의 전공 담당 교수라는 점을 이용해 강제로 추행했다"며 징역형을 선고했고, 항소심 재판부는 "이씨의 범행은 비난받아 마땅하나 피해자들에게 공개 사과했고 정직 처분을 받은 점 등을 감안한다"며 감형했다.
의정부지법은 2004년 대학 동아리 수련회에 참석한 뒤 술에 취한 선배가 운전하는 승용차에 탔다가 교통사고로 숨진 김모씨의 부모가 가해자의 차가 가입된 보험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3억2천7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임주영 기자 zoo@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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