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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대자보 사전 승인·검열 요구한 대학…인권위 “표현의 자유 침해”

등록 2022-11-14 12:00수정 2022-11-14 12:11

명지대에 지침 개정 권고
지난 7월 학내 성차별적 대학 문화를 비판하는 내용으로 인하대에 붙은 대자보. 이 대자보도 학교의 사전승인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철거됐다. 인스타그램 갈무리
지난 7월 학내 성차별적 대학 문화를 비판하는 내용으로 인하대에 붙은 대자보. 이 대자보도 학교의 사전승인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철거됐다. 인스타그램 갈무리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교내에 대자보를 붙이려면 학교 쪽의 사전 허가를 받도록 한 학칙은 기본권 침해라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명지대 총장에게 학생들의 표현의 자유와 자치활동을 지나치게 제한하지 않도록 관련 규정과 지침 개정을 권고했다고 14일 밝혔다.

진정인은 명지대 학생회 소속 간부들로, 재학생과 함께 지난해 3월부터 대학 운영 정상화를 촉구하는 대자보와 현수막을 교내에 게시했다. 학교 쪽이 허가를 받지 않은 게시물이라는 이유로 이를 철거하자 학생들은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학교는 학사행정 규정상 모든 홍보물은 학생경력개발처장의 허가와 검인을 받은 뒤 게시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학생들도 이를 모르지 않는다고 답했다. 또 교내 홍보물 게시 및 관리지침은 게시물·현수막의 규격과 매수, 게시 장소를 한정하는데 이를 학생들이 위반해 자진 철거요청을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수거했다고 주장했다.

인권위 침해구제2위원회는 학교 미관과 홍보게시물의 질서를 위해 일정 수준의 규칙과 제한은 필요하다고 봤다. 그러나 위원회는 이를 넘어서는 학교 쪽의 사전 허가와 검열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위원회는 “헌법 21조2항에서 표현의 자유에 있어서 검열과 허가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음에도, 학교의 사전 허가와 검인을 받은 후에야 홍보물을 게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결국 학생회의 건전한 의견표명과 자치활동을 근본적으로 제한하는 것”이라며 “표현의 자유에 대한 검열과 허가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위원회는 이 대학에 재단의 파산으로 회생절차가 진행 중이었던 점을 들어 “학생들은 학교의 정상화를 촉구 하는 대자보와 현수막을 게시했다는 점에서 ‘공익적 목적’도 있었다고 할 것”이라고 봤다. 이에 인권위는 지난 4일 이 대학 총장에게 학생들의 표현의 자유와 자치활동을 제한하지 않도록 학사행정규정과 교내 홍보물 게시 및 관리 지침을 개정하라고 권고했다.

앞서 인권위는 지난해 9월에도 집회나 간행물 발간 시 총장의 승인을 받도록 한 4개 대학의 학칙이 학생 자치 활동을 침해하는 규정이라고 의견을 표명한 적 있다.

서혜미 기자 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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