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저녁 8시30분께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 모래내로를 지나가던 한 주민은 “번개 칠 때 눈앞이 안보이고 신호등이 나가있었다”며 “번개가 이렇게 번쩍이는 것은 살면서 처음 본다”고 했다. 독자 제공
15일 저녁 8시30분께부터 수도권 지역에 떨어진 낙뢰로 서울의 교통신호기(신호등) 23개가 멈추는 사태가 발생했다. 갑작스럽게 신호등이 멈추면서 운전자들은 혼란을 겪었고 횡단 보도를 건너던 시민들도 당황해 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16일 서울시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미 땅에 떨어진 낙뢰도 다른 전력 설비의 전원선이나 신호·통신선을 타고 간접 전달된다. 이때 순간적으로 발생하는 과전류 파형은 신호등 및 정보통신 기기의 제어장치를 교란하는 주요 원인이 된다. 낙뢰가 전자기기를 마비시키는 무기인 이엠피(EMP)폭탄이 된 것이다.
낙뢰로 인해 신호기 안에 있는 피뢰기 기준을 넘는 전압이 발생하면 누전을 막기 위해 ‘과전류 차단기’가 작동된다. 전기설비기준에 따라 신호등은 150V를 초과하는 전압 발생 시 전로를 자동으로 차단한다. 서울시 교통운영과 관계자는 “과전류 차단기는 폭우나 낙뢰가 발생하면 작동한다. 이때 신호등이 꺼졌다는 건 오히려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차단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누전이 발생할 수 있다. 실제 2001년 서울·경기 지역에 내린 강우로 가로등 감전 차단기가 작동하지 않으면서 대형 감전 사고가 있었다. 그 뒤로 신호등 차단기도 제대로 작동될 수 있게 점차 규정이 강화돼 왔다”고 덧붙였다. 당시 숨진 49명 중 19명이 감전사였다.
이번 낙뢰로 멈춘 신호등은 시 공무원들이 직접 과전류 차단기를 올리면서 점멸이 다시 시작됐다. 전날 밤 10시까지 조처가 완료돼 서울 시내 모든 신호등은 정상 작동됐다.
곽진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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