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당대표 비서실 정무조정실장에 대해 검찰이 강제수사에 들어간 지난 9일 저녁,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안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정무조정실장 사무실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검찰 관계자들이 압수품이 든 상자를 들고나오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검찰이 정진상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을 한 차례만 조사한 뒤 곧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등 이재명 대표를 향한 수사에 급가속하고 있다. 특히 정 실장이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쏟아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의 대질조사를 요청하는 등 적극적으로 조사에 임하고 있는데도 검찰은 곧장 정 실장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 엄희준)가 정 실장의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공지한 시간은 16일 오전 11시50분께다. 정 실장이 전날 검찰에 나와 밤 11시께까지 14시간가량 조사를 받은 점을 감안하면, 수사팀은 조서 정리와 법리 검토 등에 12시간 정도를 쓰고 법원에 영장을 청구한 셈이다.
김용(구속기소)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검찰 조사에서 철저히 묵비하며 법정 싸움을 준비한 것과 달리, 정 실장은 검찰이 의심하는 각종 혐의에 대한 질문에 적극적으로 답변했다고 한다. 앞서 법원이 체포영장을 기각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검찰 수사에 수세적으로 끌려가지 않겠다는 변론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혐의를 부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검찰에 유 전 본부장과의 대질조사를 요청한 것은 수사팀도 예상치 못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법조계에서 나온다. 보통 대질조사는 검찰이 피의자를 압박할 때 사용하는데, 검찰 수사가 유 전 본부장 진술에 주로 근거했다는 판단에 따라 이를 역으로 먼저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유 전 본부장은 같은 날 검찰청에 나와 조사를 받고 있었지만, 검찰은 정 실장이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기 때문에 대질조사 필요성이 없다며 요청을 거부했다고 한다.
검찰의 속전속결 구속영장 청구를 두고, 주로 유 전 본부장 진술 등에 근거한 것으로 알려진 수사 밑그림이 틀어지거나 노출되는 것을 막으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이미 정 실장 관련 수사가 ‘완성’된 상태이기 때문에 굳이 추가 조사가 필요 없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앞서 검찰은 정 실장 압수수색 영장에 공소장 수준의 범죄 혐의를 구체적으로 담았다.
검찰로서는 이 대표 최측근인 김용 부원장에 이어 정 실장까지 법원에서 구속영장을 내줄 경우 이 대표를 향한 수사에 확실한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다. 이들이 ‘정치적 공동체’로 엮여 있다는 수사팀 판단을 법원이 일단 수긍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정 실장 구속영장이 기각될 경우 이 대표를 향해 가파르게 올라가던 검찰 수사는 일단 제동이 걸리게 된다. 검찰에 협조하고 있는 유 전 본부장과 민간사업자 등의 진술을 뒷받침하는 ‘물증’이 없다는 변호인 쪽 주장에 힘이 실리며, 함께 엮인 김 부원장 공소사실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앞서 법원이 정 실장 체포영장을 기각했고, 검찰이 정 실장이 요구한 대질조사 요청을 거부한 상황 등이 수사팀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강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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