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퇴계로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대회의실에서 22일 오전 제45차 위원회가 열리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한국전쟁 당시 북한 정권에 의해 납북·억류된 민간인 피해자 68명의 존재를 확인했다. 우리 정부에는 북한의 공식 사과와 생존자 송환 등을 촉구하라고 권고했다.
진실화해위는 24일 “가해 주체는 북한 인민군, 지방 좌익, 정치보위부 등 다양하지만 결국 북한 정권으로 판단했다”며 이렇게 밝혔다. 전시 납북 사건은 한국전쟁 당시 군인을 제외한 남한 거주 민간인들이 본인 의사와 다르게 강제 납북돼 억류되거나 북한에 살게 된 사건이다.
진실화해위는 진실규명 신청을 받은 사례 중 기초조사 등을 진행한 뒤, 서울 25명, 경기·인천 18명, 충청 12명, 강원 6명, 경상 4명, 전라 3명 등 남한 민간인 68명이 납북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1950년 6월25일 전쟁 발발 직후부터 서울 수복(1950년 9월28일) 전까지 납북된 이들이 다수였다. 피해자들은 농민, 노동자, 정계 인사, 북한 체제 저항 인사, 기술 전문직 등이었다. 의용군·노무자로 징집·징발된 이들도 있었다. 앞서 6·25전쟁납 북진상규명위원회는 4777명을 전시 납북자로 결정한 바 있다.
진실화해위는 “북한 정권의 대규모 전쟁범죄에도 불구하고 희생자에 대한 피해 구제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해 조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진실화해위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우리 정부에 전시 납북 피해 당사자와 가족에 대한 북한 정권의 사과를 촉구하는 한편, 납북자 생사 확인 및 생존자 송환을 촉구할 것을 권고했다. 또 국민 안전을 지키지 못한 우리 정부의 사과도 권고했다.
한편 진실화해위는 이날 1980년대 발생한 ‘서울제일교회 탄압 사건’에 대해서도 진실 규명을 결정했다. 이 사건은 서울제일교회 박형규 목사의 민주화 운동 참여를 반대한 교인과 폭력배들이 1983년 10월부터 이듬해 12월까지 박 목사를 감금·폭행한 사건이다. 진실화해위는 1980년대 국군보안사령부가 박 목사의 민주화 활동에 반대하는 교인들을 포섭해 지원하는 방식으로 갈등을 부추기고, 그를 교회에서 축출하기 위해 공작을 벌였다고 밝혔다.
당시 폭력 사태가 장기화했음에도 국가안전기획부나 검·경 수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도 지적했다. 진실화해위는 “(수사기관이) 폭력 사태에 개입한 폭력배를 확인했음에도 이 사건을 축소·은폐하고자 공모했다. 국가는 박 목사를 비롯한 서울제일교회 교인들에게 사과하고 이들의 피해와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한 조처를 하라”고 권고했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