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태프와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 노동시간을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을 경우 처벌하도록 한 조항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영화업자 ㄱ씨가 ‘영화업자가 영화근로자와 계약을 체결할 때 영화근로자의 근로시간을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영화비디오법) 관련 조항에 대해 낸 헌법소원에서 재판관 전원일치로 합헌 결정했다고 28일 밝혔다.
ㄱ씨는 이 법 위반으로 2018년 11월 1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자 “영화제작업무 성질상 영화근로자는 업무수행에 상당한 재량이 인정된다. 이를 일반적인 근로계약과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은 영화업자의 평등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영화근로자도 다른 근로자와 마찬가지로 근로시간 등 기본적인 사항을 알 수 있어야 한다”며 ㄱ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 “(영화업계에서) 근로계약서 체결 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 관행으로 많은 영화근로자가 고용불안이나 임금체불에 노출됐고, 촬영현장에서의 각종 변수에 따라 근로시간이 지나치게 길고 불규칙해지는 등 근로환경이 열악하다는 문제가 자주 지적됐다. 심판 대상 조항은 특히 취약한 지위에 있던 영화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근로시간 명시 의무가 영화업자에게도 적용됨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특정한 날의 구체적인 근무시간을 정확히 예측하기 어려울 수 있으나 적어도 1일, 1주 등 일정한 기간을 기준으로 근로시간을 구체적으로 정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며 “영화근로자의 업무가 재량근로 대상 업무에 해당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근로시간을 명시하지 않아도 된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심판 대상 조항은 영화업자의 평등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날 결정에 대해 헌재 관계자는 “근로시간 명시 의무 측면에서 영화근로자도 여타의 근로자와 마찬가지로 보호받아야 함을 확인한 점에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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