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장 210일 출입제한…
보수쪽 정치집회는 허용
보수쪽 정치집회는 허용
“어차피 저 잔디는 이명박 시장 임기가 끝나면 뽑힐 겁니다.”
요즘 서울시 공무원들이 서울광장을 오가며 던지는 말이다. 겨울이면 뿌리가 꺾이니 밟지 말라고 하고, 봄이면 새순이 올라온다고 막고, 여름·가을이면 잦은 행사에 짓밟힌 잔디를 교체하느라 막고…. 지난해 경실련이 서울시에 정보공개를 청구한 결과를 보면, 1년 365일 중 광장 출입을 제한한 날은 모두 210일. 이 중 잔디 때문에 통제한 날은 175일이었다.
서울광장은 2004년 5월1일 태어났으나 광장을 바라는 시민들의 열망은 훨씬 이전부터였다. 1987년 6월 항쟁의 함성이 메아리친 곳도 시청 앞이었고, 2002년 6월 잇따른 승전보에 취한 시민들의 환호가 울려퍼진 곳도 이곳이었다. 이에 이 시장은 2002년 7월1일 취임사에서 “시청 앞 로터리를 광장으로 만들어 시민들에게 돌려주겠다”고 명쾌하게 선언했다.
그러나 광장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당선작이었던 건축가 서현씨의 ‘빛의 광장’이 시공 문제로 보류되면서 즉시 ‘잔디광장’ 설계안이 채택됐고, 다섯 달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공사가 이뤄졌다. 광장을 이용하려면 서울시에 허가를 받아야 하고, 사용료도 내야 하는 조례도 만들어졌다.
2004년 11월 민중대회 집회가 열리면서 폭력시위로 잔디가 크게 훼손되자, 서울시는 아예 ‘모든 종류의 정치집회’를 불허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정치집회는 계속됐다. 2004년 10월과 12월엔 ‘반핵반김 국민협의회’가 주도한 집회가 열렸고, 지난해 10월 ‘강정구 교수 사건’을 계기로 ‘자유민주비상국민회의’가 궐기대회를 열었다. 두 달 뒤인 12월엔 한나라당이 사학법 개정에 반대하는 대규모 촛불집회를 열었다.
이 시장의 입맛에 맞는 행사일 경우엔 묵인하고, 마음에 안 드는 행사는 문을 걸어 잠그는 ‘정치적 운영’을 해온 셈이다. 지금종 문화연대 사무총장은 “광장에서 자동차를 몰아낸 것은 이명박 시장이었으나, 권위주의는 여전했다”며 “이제는 자유롭고 새로운 서울광장을 만들어낼 때”라고 말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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