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낮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광장에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와 10·29 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가 마련한 시민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희생자를 추모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이태원 참사 유족들을 향한 보수단체의 도 넘는 2차 가해가 결국 고소전으로 비화했다. 국민의힘 정치인들이 유족을 대상으로 한 막말을 제대로 사과하지 않은 가운데, 일부 보수층 지지 여론까지 뒷받침된 결과다.
22일 <한겨레> 취재 결과,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의 법률 대리인인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은 현재 보수·극우단체인 신자유연대에 대해 모욕죄 적용 등을 검토해 이르면 다음주 중 고소장을 제출할 방침이다. 민변은 용산 녹사평역 인근에 차려진 시민분향소 바로 옆에서 치러지는 신자유연대의 집회에 대해서도 “신고 취지와 다르게 운영되는 데다, 막말·폭언 등 위법한 행위가 이뤄진다”며 가처분 신청도 고려하고 있다.
유가족들이 법적 대응에 나선 까닭은 보수단체의 2차 가해 행태가 시간이 흐를수록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일 신자유연대는 분향소 바로 옆에 ‘고독사, 교통사고, 건설업 사고도 다 국가 책임지고 대통령이 사과해야 하느냐’는 문구가 담긴 펼침막을 걸어뒀다. 그 전에는 ‘이태원 참사 추모제 정치 선동꾼들 물러나라’는 펼침막을 내걸기도 했다. 옥외광고물을 관리하는 용산구청에서는 “문구를 하나씩 따져가며 규제할 수는 없다”며 손을 뗀 상황이다. 보수 유튜버들은 분향소 인근을 촬영하거나 유가족들을 향해 조롱 섞인 말을 내뱉으며 이를 ‘콘텐츠’로 만들고 있다. 일부 유족들은 이런 막말에 실신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인데도 신자유연대는 지난 21일 유가족 쪽의 법적 대응 예고에 오히려 ‘신자유연대가 분향소 설치를 방해했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면서 이종철 유가족협의회 대표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기까지 했다.
이런 행태는 결국 국민의힘 정치인들의 막말 발언이 여과 없이 등장하면서 극우·보수 지지층을 부추겼다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김상훈 의원은 이태원 시민대책회의 출범에 대해 “참사 영업”이라 조롱하고, 김미나 창원시의원은 “시체 팔이”라고 막말했다. 그런데도 당 차원의 공식 사과는 물론 정부에서도 별다른 메시지가 나오지 않았다. 막말에도 의원들을 “지지한다”는 식의 보수층 여론이 뒷받침된 결과다.
유족들도 정치권 막말에 대해 고통을 호소해왔다. 유가족협의회는 지난 20일 국민의힘 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의원들이 한마디 하면 다른 (보수) 지지자들이 10배로 갚아준다”라며 2차 가해 발언을 중단해달라고 촉구했다. 주호영 대표는 22일 오전에서야 “희생자나 그 부모들은 위로받고 보호받아야 할 분들이지 (이분들에게) 잘못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희생자나 유족들을 상대로 폭언한다든지, 비난하는 일은 옳지 않다”며 ‘자제’를 촉구했다. 내부 의원들의 막말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
분향소 운영을 담당하는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관계자는 <한겨레>에 “정치권 막말이 이어지는 것에 대해서 사과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라며 “민변과 별개로 보수단체에 대해서 명예훼손 등의 법적 조처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곽진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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