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을 하다 충돌사고를 내 연인을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제주 오픈카 사망사건’ 운전자에게 징역 4년이 확정됐다. 살인 혐의는 무죄로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살인,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ㄱ(36)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을 12일 확정했다.
ㄱ씨는 2019년 11월 연인 ㄴ씨와 오픈카를 빌려 제주도를 여행하던 중 혈중알코올농도 0.118% 만취 상태에서 사고를 내 ㄴ씨를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ㄱ씨는 제한속도 시속 50㎞의 도로를 시속 114.8㎞로 달려 연석과 경운기를 들이받는 사고를 냈고, 안전벨트를 매지 않은 ㄴ씨는 차량 바깥으로 튕겨 나가 두부 손상 등 중상을 입고 숨졌다. 검찰은 ㄱ씨가 이별 요구에 응하지 않는 ㄴ씨에게 불만을 품던 중, 피해자를 향해 “안전벨트 안 했네”라고 말한 뒤 차량을 급가속해 고의로 사고를 냈다며 ㄱ씨를 살인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1심은 ㄱ씨에게 음주운전 혐의만을 유죄로 보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심은 “이 사건 사고가 살인을 위한 고의에서 비롯됐다고 단정하기에는 범행 동기, 범행수단의 선택, 사고 이후 대처 등과 관련해 여러 의문점이 있다.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ㄱ씨가 교통사고를 일으켜 피해자를 살해한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됐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2심 단계에서 검찰은 예비적 공소사실(선순위 공소사실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적은 후순위 혐의)로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험운전치사)을 추가했다. 2심 재판부도 살인 혐의는 무죄, 위험운전치사와 음주운전 혐의는 유죄로 보고 ㄱ씨에게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살인)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부족하다”며 ㄱ씨가 만취 위험 운전으로 피해자를 숨지게 한 혐의만을 유죄로 판단했다.
대법원도 이날 원심에 판결에 대해 “원심의 판단에 살인죄의 미필적 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