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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성소수자 규모 파악해야”…인권위 권고 모두 ‘불수용’한 정부

등록 2023-01-26 12:00수정 2023-01-26 13:17

국무총리·복지부·행안부·여가부·통계청 모두 “불수용”
인권위 “차별 없애려면 성소수자 규모·요구부터 파악해야”
변희수 하사의 복직과 명예회복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회원들이 27일 서울시청 광장에서 연 ‘변희수 하사를 기억하는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 공동행동’ 기자회견에 참석한 시민들이 트랜스젠더를 상징하는 분홍·하늘·흰색 우산 들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변희수 하사의 복직과 명예회복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회원들이 27일 서울시청 광장에서 연 ‘변희수 하사를 기억하는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 공동행동’ 기자회견에 참석한 시민들이 트랜스젠더를 상징하는 분홍·하늘·흰색 우산 들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트랜스젠더 등 성소수자가 정부 정책 대상으로 가시화될 수 있도록 이들에 대한 실태파악이 필요하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권고를 정부가 ‘불수용’했다.

인권위는 국무총리와 보건복지부 및 행정안전부, 여성가족부 장관, 통계청장에게 성소수자 규모를 파악하기 위한 지침 마련 등을 권고했지만, 이들이 인권위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고 26일 밝혔다. 앞서 지난해 3월 인권위는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3월31일)’을 앞두고 트랜스젠더를 비롯한 성소수자의 실태를 파악하고 정책에 반영하도록 관련 조사 항목 등을 만들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인권위는 국무총리에게 국가승인통계조사 및 실태조사를 할 때 성소수자의 존재를 파악하도록 지침을 마련하고, 복지부와 행안부 등에는 각 기관이 실시하는 국가승인통계조사에 성소수자 관련 조사항목을 신설할 것을 권고했다. 또 통계청이 관리하는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를 개정해 ‘성전환증’을 정신장애 분류에서 삭제하라는 권고도 포함됐다.

그러나 지난해 4~6월에 걸쳐 국무총리를 비롯한 각 정부 부처는 이런 권고를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회신했다. 개별 부처가 실시하는 실태조사의 모집단이 되는 인구주택총조사에서 성별 정체성을 별도로 조사하지 않아 표본이 적은 데다, 성별 정체성을 조사하는 것이 유의미한 결과를 얻기 어렵다는 것이다. 인구주택총조사를 실시하는 통계청은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는 조사항목에 대한 응답 거부가 증가하고 있어 사회적 합의와 현장조사 가능성, 조사 불응 등을 고려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밝혔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국가승인통계조사 등에 성별 정체성 관련 조사항목을 추가하는 것은 개인정보보호와 조사 실효성 차원에서 연구와 검토가 필요해 당장 실행하기 어렵다는 데는 동의하나 그럼에도 여전히 사회적 소수자의 실태와 요구를 파악하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성전환증을 정신장애 항목에서 삭제하라는 권고도 수용되지 않았다. 통계청은 “국제질병분류(ICD) 11판을 반영할 때 검토하겠다”면서도 “2026년부터 적용되는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 9차 개정 고시에 반영하는 건 어렵다”고 했다. 이미 세계보건기구(WHO) 등이 트랜스젠더는 정신질환이 아니라는 판단을 한 가운데, 이를 질병으로 분류하는 건 사회적 낙인을 강화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인권위는 정부 답변에 유감을 표명하며 “트랜스젠더를 비롯한 성소수자들의 존재 자체가 부정당하거나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거듭 천명하며, 국가의 각종 정책에서 사회적 소수 집단이 배제되는 등의 차별을 없애기 위해서는 해당 집단의 규모와 요구를 파악하는 일이 우선되어야 함을 다시 강조한다”고 했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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