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근 경찰청장이 지난해 11월 1일 경찰청에서 이태원 참사 관련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왼쪽 사진) 오른쪽 사진은 6일 서울 중구 경찰기념공원에서 경찰 총경급 정기 전보인사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류삼영 총경의 모습이다. 김혜윤 기자,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경찰 총경 전보인사 후폭풍이 거세다. 지난해 7월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며 열린 ‘전국 경찰서장 회의’(총경 회의) 참석자 40여명이 대거 좌천되며 ‘보복성 인사’를 당했다는 것이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나서 “소신 인사”라며 수습에 나섰지만, “보복·경찰 길들이기 인사”라는 내부 반발은 커지는 모양새다.
윤희근 청장은 6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총경 인사는 개개인의 역량·자질은 물론 직무 전문성과 공직관, 책임의식, 대내·외 평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진행됐다.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제가 소신껏 한 인사”라고 말했다. 6개월 만에 인사가 다시났다는 등 ‘상식 밖의 인사’가 났다는 지적에 대해서 윤 청장은 “복수직급제로 자리가 58개 늘어났다”며 “한사람 한사람 다 기준을 설명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앞서 경찰청은 지난 2일 총경 457명에 대한 전보 인사를 단행했다. 부산 16개 경찰관서 직장협의회는 지난해 총경 회의 참석자 54명 중 교육을 받거나 퇴직 준비 중인 사람을 제외한 45명이 전문성 및 역량, 발령 기간 등과 관계 없이 ‘문책성’ 인사를 당했다고 파악했다. 직전까지 총경보다 한 계급 낮은 경정이 맡던 자리나 후임 총경 아래 직위로 발령된 경우도 여럿이었다. 참석자인 황정인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장과 이은애 경찰청 수사구조개혁팀장은 각각 경찰수사연수원 교무과 교무계장, 경찰인재원 교육행정센터장으로 임명됐다. 지난해 8월 경기 의정부경찰서장 발령을 받았던 이병우 총경은 6개월 만에 충북청 112상황실 상황팀장으로 옮겼다. 이지은 중앙경찰학교 운영지원과장도 최근까지 경정급 직무였던 전남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 팀장으로 임명됐다.
경찰 내부에서는 지난해 총경 회의를 주도했다가 중징계를 받은 류삼영 총경을 제외한 나머지에 대해 인사로 사실상 징계를 내렸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류 총경은 이날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인사는 정권에 맞서고 말을 듣지 않으면 이렇게 치욕을 당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회에 국정조사 등으로 절차상 하자가 없었는지 밝혀달라고 당부하는 한편, 이번 인사와 관련해 경찰 내부 공익 제보를 받겠다는 뜻도 밝혔다.
경찰 고위 관계자는 “적절한 자리가 아닌 곳에 간 인사들을 보면 행간상 (문책 인사라는 것을) 알 수밖에 없지 않느냐”면서도 “인사는 결국 지휘권자의 몫이고 그에 따른 책임을 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고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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