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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구속·체포 영장 줄었는데…압수수색은 3.6배 늘었다

등록 2023-02-14 15:22수정 2023-02-14 22:12

12년새 10만여건 → 39만건으로
청구된 영장 10건 중 9건 발부돼
법원 “디지털 압색 통제 강화해야”
13일 오후 부산 동구 민주노총 부산본부에 있는 건설기계지부 부산울산경남타워크레인지부 사무실에서 부산 남부경찰서 관계자들이 압수수색을 한 뒤 압수품을 들고나오자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손팻말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13일 오후 부산 동구 민주노총 부산본부에 있는 건설기계지부 부산울산경남타워크레인지부 사무실에서 부산 남부경찰서 관계자들이 압수수색을 한 뒤 압수품을 들고나오자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손팻말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영장 청구가 최근 12년 사이 3.6배나 증가하고 이 기간 동안 법원은 10건 가운데 9건을 발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법원이 ‘압수수색영장 발부 전 심문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나선 데에는 이런 압수수색 폭증세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겨레>가 14일 대법원 법원행정처를 통해 받은 영장청구 통계를 보면, 2011년 한해 10만8992건이었던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영장 청구 건수는 2022년 39만6671건으로 3.6배 넘게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사법연감을 보면, 법원에 접수된 형사사건 수는 해마다 감소해 2011년(170만2897건)에서 2021년(148만3102건)으로 13% 줄었다. 구속영장 청구 건수도 3만7948건에서 2만2589건으로 40% 감소했고, 체포영장 청구도 5만9173건에서 2만7426건으로 54%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 유독 압수수색영장 청구만 폭증한 것이다.

강제수사의 중심축이 인신 구속에서 디지털 정보 압수수색 쪽으로 옮겨가는 추세로 인해 발생한 현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불구속 수사·불구속 재판 원칙이 강화되면서 구속영장 청구는 줄었다. 동시에 물적증거를 확보하는 게 대부분의 사건에서 관건이 됐고, 전자정보에서 증거가 나오다 보니 압수수색이 필수화됐다”고 분석했다. 대검찰청 관계자도 “삶의 기반이 디지털화되면서 디지털 증거를 수집하기 위한 노력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휴대전화·컴퓨터 등에 저장된 디지털 정보에 개인의 모든 인생이 집약된 경우가 많아, 디지털 정보에 대한 압수수색으로 개인정보의 자기결정권 등이 훼손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 법원 관계자는 “현대 사회에서는 내밀한 사생활에 관한 정보를 모두 담고 있는 휴대전화, 컴퓨터에 대한 압수수색이 인신구속보다 더 치명적이고 치욕적일 수 있다”고 짚었다.

때문에 법원 안팎에서는 전자정보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발부 전 심문 등을 통해 그 필요성을 충실히 따져봐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압수수색 영장은 수사기관이 제출한 수사기록 등 서면만 보고 판사가 발부·기각을 결정하는데, 수사기관 쪽 정보만으로는 균형 잡힌 판단을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최근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 발부율은 12년간 87.3%(2011년)~91.7%(2014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대검찰청.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대검찰청.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법원이 추진하고 있는 ‘압수수색영장 발부 전 법관 대면심리’는 수사기관으로부터 압수수색영장 청구를 받은 판사가 필요한 경우 수사기관이나 제보자 등 ‘심사에 필요한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을 불러 압수수색의 필요성 등을 따져볼 수 있는 제도다. 법원은 대면심리를 도입하면 그동안 수사기관을 상대로 비공식적으로 이뤄진 압수수색영장 관련 보완요구나 질의를 공식화할 수 있다고 본다. 현행 형사소송법상 법관은 수사기록 등 서면을 보고 △범죄혐의 △압수수색의 필요성 △사건과의 관련성 등에 대한 소명이 있다고 판단하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하고 있다.

그런데 실제 영장 발부 심리 현장에서는 요건이 미흡한 영장 청구의 경우 판사가 메모지에 그 내용을 적어 수사기관에 돌려보내는 방식으로 보완요청을 하는 일이 벌어진다. 판사가 영장에서 모호한 부분을 줄을 그어 지우고 청구된 압수수색영장의 일부만 발부하거나, 아예 검사에게 전화를 걸어 궁금한 내용을 묻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판사가 서면만 보고 영장 발부 여부를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생기는 일종의 비공식적 ‘꼼수’라는 게 법조계 평가다.

한 평판사는 “서면만 보는 판사 입장에서는 행여 영장을 기각했다가 증거인멸이나 범인을 못 잡게 되는 상황이 올까 봐 미심쩍더라도 일단 발부 쪽으로 기울게 된다”며 “공식적으로 수사기관에 물어볼 기회가 주어진다면 판단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장 심리 경험이 있는 한 부장판사는 “필요한 경우 검사를 불러서 의문스러운 점을 확인할 수 있게 되면 절차적 공정성이 더 높아진다. 개정안은 ‘법원이 압수수색 영장을 기계적으로 발부하고 있다’는 비판에 대한 반성이 담긴 개선책이라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은 수사의 밀행성을 해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대검 관계자는 “압수수색영장 심문이 진행되면 수사기밀 유출 등 밀행성을 해치게 되고, 수사지연 등 신속한 범죄대응에 심각한 장애가 된다”며 “압수수색 영장이 미진하다면 법원이 기각하면 된다”고 했다. 대통령실도 검찰 쪽 손을 들고 나섰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실 내부에 압수수색영장 사전 심문 제도가 부적절하다는 공감대가 있다. 다만 대법원 규칙이어서 제동장치가 마땅치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법원행정처는 “법관의 주된 대면 대상은 영장을 신청·청구한 수사기관으로 상정하고 있고 피의자, 변호인 등은 원칙적으로 그 대상이 아니다”라며 “수사 밀행성 확보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행정처는 다음달 14일까지 관련 형사소송규칙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최종안을 낼 예정이다.

법관의 영장 심사를 둘러싼 법원과 검찰의 갈등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97년 법원이 구속영장이 청구된 피의자를 불러 직접 심문하는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가 도입될 때에도 검찰은 ‘심문에 따른 수사진행 상황 유출’ ‘수사기관의 업무 공백’ 등의 이유로 도입을 반대하며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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