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관리팀장이 임원을 대동한 채 직원에게 “사표 쓰라”고 반복해서 말한 행위는 해고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전직 전세버스 기사 ㄱ씨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회사가 일방적으로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킨 게 맞다”며 낸 소송에서 ㄱ씨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0일 밝혔다.
2020년 1월 전세버스 회사인 ㄴ사에 입사한 ㄱ씨는 입사 후 약 한달 동안 버스 운행 스케줄을 두 차례 무단으로 펑크내 관리팀장과 말다툼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관리팀장은 회사 상무를 대동해 ㄱ씨에게 “사표 쓰라” “그만두라”는 말을 7차례 이상 했고 “해고하는 것이냐”는 ㄱ씨의 말에 “맞다”고 답했다. ㄱ씨는 이튿날부터 출근하지 않았다.
ㄱ씨와 회사의 갈등은 그해 5월 다시 불거졌다. ㄱ씨가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내자 ㄴ사는 “‘출근하지 말라’고 했지만 그 뜻은 성실히 근무해달라는 의미였다”며 ㄱ씨에게 복직 통보를 보냈다. 이에 ㄱ씨는 “복직 전 부당해고 기간동안 임금상당액을 지급하면 복직하겠다”고 말했고 ㄴ사가 “해고한 적이 없다”고 맞서면서 둘의 갈등은 소송전으로 번졌다.
지방노동위원회·중앙노동위원회와 1·2심은 모두 “부당해고는 없었다”며 회사 쪽 손을 들어줬다. 1심은 “관리팀장이 우발적으로 ‘사표를 쓰라’고 한 것은 사직서 제출을 종용한 것일 뿐 근로계약관계를 종료하겠다는 것이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관리팀장이 ㄱ씨를 해고할 수 있는 권한이 없고, 회사가 ㄱ씨의 복직을 촉구했던 점 등도 회사가 ㄱ씨를 해고하지 않은 근거로 봤다. 2심도 동일하게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회사가 ㄱ씨를 해고한 게 맞다”며 원심 판결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관리팀장이 임원을 대동하고 ㄱ씨에게 ‘사표 쓰라’는 말을 반복하며 버스 열쇠도 회수한 점 △회사는 ㄱ씨가 3개월 넘게 출근하지 않고 있는데도 출근 독려를 하지 않다가 ㄱ씨의 부당해고 구제신청이 있은 뒤에야 복직 통보를 한 점 등을 토대로 “관리팀장이 ㄱ씨에게 노무 수령을 거부하겠다는 언행을 할 당시 이미 ㄴ사의 대표이사가 묵시적으로나마 이를 승인하였거나 적어도 추인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는 해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낸다고 밝혔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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