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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임대료 밀리면 거액 벌금?…‘위약벌’ 조항 계약전 주의 필수

등록 2023-02-20 11:50수정 2023-02-20 13:08

“과도한 위약벌 일부 무효” 판례 있지만
계약서 사적자치 원칙 우선…사전 확인을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 2월부터 서울 강남의 한 상가 건물에 세 들어 식당을 운영했던 ㄱ씨는 지난 5일 건물 임대인 쪽으로부터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내용증명을 받고 깜짝 놀랐다. 임대료 납부가 밀린 위약벌로 월 임대료(800만원)의 3배인 2400만원을 낼 수 있다는 내용이라서다. 상가 2층에서 식당을 운영한 ㄱ씨는 건물 앞에 세워진 천막으로 영업에 차질이 생기면서 10개월간 임대료를 내지 못했다. 결국 계약 기간을 1년도 버티지 못하고 지난 1월 계약 종료를 통보받았다. ㄱ씨가 계약 종료 이후에도 곧장 가게 물건을 치우지 않자 임대인 쪽이 집행을 강제하고자 내용증명을 보낸 것이다.

ㄱ씨는 20일 <한겨레>에 “밀린 임대료만이 아닌 벌금을 추가로 내야 하는지 몰랐다”면서도 “계약서를 꼼꼼히 보지 못한 내 탓”이라고 자책했다. 그가 뒤늦게 확인한 계약서에는 ‘위약벌은 3개월분의 임대료 및 관리비로 한다’라고 명시돼 있었다. ㄱ씨는 보증금 1억5천만원을 미납한 임대료와 이자로 다 까먹고도 수천만원에 달하는 벌금을 추가로 내야 하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위약벌은 채무자가 계약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채권자에게 내는 벌금 성격의 돈이다. 손해를 ‘배상’하는 성격의 위약금과는 다르다. 계약서를 쓸 때 채무 위반을 막고자 자율 합의를 통해 별도로 위약벌 항목을 넣고 있지만, ㄱ씨처럼 과도한 위약벌 규정 등을 뒤늦게 아는 경우가 생겨 사전에 계약서를 꼼꼼히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계약서에 위약벌 규정이 있다면 채무자는 우선 관련 규정을 따라야 한다. 그러나 과도하게 산정된 위약벌은 인정되지 않기도 한다. 임대보증금의 10%(4040만원)를 위약벌로 해 월 임대료(740만원)의 5배 이상이 위약벌로 부과된 계약이 부당하다고 소송을 낸 사건에서, 서울서부지법은 2015년 4월 “약정된 벌이 과도하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임대인의 이익에 비해 임차인에게 가해지는 불이익이 과도하게 무겁다. 보증금의 5%(2020만원)만 위약벌로 유효하고 나머지 초과 부분은 선량한 풍속, 사회질서에 반해 무효라고 봐야 한다”고 했다. 월 임대료 기준으로는 3배 수준이 적당하다고 본 셈이다.

ㄱ씨의 위약벌은 월 임대료 기준으로 하면 3배로 앞서 판례의 기준과 유사하지만, 보증금 기준으로 하면 16% 수준으로 높은 편이다. 실제로 ㄱ씨 사례에 대해 참여연대 이강훈 변호사는 “이미 철거비용으로 수천만원이 요구된 상황에서 위약벌이 너무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실제로 위약벌이 청구된다면) 향후 법원에서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다만 위약벌은 법원에서 무효를 주장할 수 있을 뿐, 금액 자체를 깎을 수는 없다. 위약벌은 민법상 감액이 이뤄질 수 있는 손해배상액과는 다른 개념이라 ‘깎을 수 없다’는 게 판례상 그간 줄곧 유지된 법원 기조다. 지난해 7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도 위약벌은 법원이 임의로 감액할 수 없다는 기존 판례를 유지하는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위약벌은 의무위반의 제재벌로 위반자가 상대방에게 지급하기로 자율로 약정한 것이므로 사적 자치의 원칙에 따라 당사자들의 의사가 최대한 존중돼야 한다”고 했다.

현영우 주연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위약벌 약정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관한 민법을 유추 적용(감액 가능)하지 않고 민법 103조에 따라 일부 또는 전부무효를 인정하고 있다”면서 “다만 대법원이 위약벌 조항을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본 사례도 있다. 계약서를 꼼꼼히 보고 혹시나 걱정된다면 사전에 법률 검토를 받아보는 것도 좋다”고 했다.

곽진산 기자 kj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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