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29일 이태원 참사 당시 부상자들이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 생존자가 의식불명 상태로 4개월 가까이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지만,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정부로부터 간병비를 지원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이태원 참사 당시 장시간 심정지로 뇌 손상 진단을 받고 의식 불명 상태인 ㄱ아무개(가족 요청으로 개인 정보 비공개)씨는 현재 의료기관에 입원 중인 유일한 참사 생존자다.
건강 상태 악화 등으로 의료기관 입원이 계속되는 가운데, 의료진은 의식 불명 상태가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실이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참사 직후 ㄱ씨의 어머니가 일을 그만두고 ㄱ씨를 돌봤다. 그러다 어머니마저 건강이 악화되면서 지난해 12월부터 간병인을 고용했는데, 가족들은 간병비 등으로 매월 510만원가량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의료비는 정부가 지원을 약속한 6개월 뒤에도 의료진 판단에 따라 계속 지원받을 수 있지만, 간병비는 지원 대상이 아니다. 간병비는 선택진료비·상급병실료와 함께 환자 부담이 큰 3대 비급여로 불려왔는데, 행정안전부는 재난 구호 관련 지침에 간병비가 포함돼 있지 않아 “간병비를 지원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의료비 지원을 담당하는 보건복지부는 간병비를 의료적으로 필요한 비급여로 보지 않고 있다. 복지부의 ‘이태원 사고 의료비 지원 지침’을 보면, 신체뿐 아니라 심리 치료에 대해서도 의료비를 지원한다. 다만 범위는 건강보험이 들어가는 ‘급여 진료비’와 환자가 전액 부담해야 하는 ‘비급여’ 중 참사로 인한 질병 치료에 필수적인 진료비 등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간병비는 의료비 지원 항목에 들어가지 않는다”며 “비급여 중에서도 의료적으로 필요한 비용만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습기 살균제나 세월호 참사 때 간병비가 지원된 적은 있지만, 이 때도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이 시행되거나 세월호피해지원법 법령 해석을 통해 뒤늦게 부분적으로 지원이 이뤄졌다.
그동안 지방자치단체에선 ㄱ씨를 긴급복지 지원 대상에 포함하고 민간 기부금 등을 연계 지원했지만, 일시적 지원이라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지난해 12월15일 국무조정실 등에 간병비와 간병 물품비를 지원해줄 것을 건의하기도 했다.
정부는 현재 ㄱ씨에 대해 재해구호협회 국민성금을 활용하는 등 지원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간병비를 직접 지원할) 법적 근거가 없어 정부 차원에서 해당 사례에 대한 지원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행안부는 긴급복지·구호금 등이 지급된 상태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용혜인 의원은 “심리 치료와 비급여 진료비도 지원하는데 간병비만 안 될 이유가 없다”며 “적어도 재난 피해자의 생존과 치료를 위해 간병이 필요한 경우 책임이 있는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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