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교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학교폭력 가해학생이 피해학생에게 서면사과를 하도록 규정한 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옛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학교폭력예방법) 17조 1항 1호에 대한 헌법소원에서 재판관 6대3으로 합헌 결정했다고 28일 밝혔다. 이 조항은 ‘자치위원회는 피해학생의 보호와 가해학생의 선도·교육을 위해 가해학생의 피해학생에 대한 서면사과를 교육장에게 요청한다’는 것으로, 현행법은 ‘자치위원회’를 ‘심의위원회’로만 바꾸고 내용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쟁점은 서면사과가 가해학생의 양심의 자유와 인격권을 침해하는지였다. 헌재는 “서면사과 조항은 가해학생에게 반성과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고 피해학생의 피해 회복과 정상적인 학교생활로의 복귀를 돕기 위한 것”이라며 “서면사과 조치는 단순히 의사에 반한 사과명령의 강제나 강요가 아니라, 학교폭력 이후 피해학생의 피해회복과 정상적인 교우관계 회복을 위한 특별한 교육적 조치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선애·김기영·문형배 재판관은 “사과하는 행위는 외부에서 강제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라며 위헌이라고 봤다. 소수의견은 “학교폭력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해학생의 반성과 사과가 중요하고 이를 위한 교육적 조치가 필요하지만, 가해학생의 반성과 사과는 일방적인 강요나 징계를 통하여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가해학생에게 서면사과를 강제하는 것은 가해학생의 양심의 자유와 인격권을 침해한다”고 밝혔다.
헌재는 가해학생의 피해학생이나 신고학생에 대한 접촉금지 조항, 학급교체 조항에 대해서도 심리했는데, 이에 대해서도 재판관 전원일치로 “피해학생 등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로서 가해학생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며 합헌 결정했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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