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반대하는 활동을 하다가 직위 해제된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노동조합 간부에 대해 법원이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부당한 인사”라고 판결했다.
서울고법 행정10부(재판장 성수제)는 강창호 한수원 새울원자력본부 노조위원장이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를 상대로 낸 부당직위해제 등 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2일 밝혔다. 한수원이 강 위원장에게 한 직위해제 처분이 부당하다는 취지의 판단이다.
강 위원장은 2020년 2월6일 정재훈 당시 한수원 사장의 해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부당한 지시에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던 한 직원이 뇌출혈로 사망했다”거나 “전문성을 배제한 강제 인사이동으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한다”고 발언했다.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이 회사에 대한 배임이라며 정 전 사장 등을 고발하기도 했다. 그러자 한수원은 같은달 28일 “회사의 명예를 크게 손상시켰다”며 회사의 인사관리규정을 근거로 강 위원장을 직위 해제했다. 강 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울산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중노위 재심 판정도 기각되자 행정소송을 냈다.
지난해 4월 1심 재판부는 강 위원장에 대한 직위해제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강 위원장의 각 의견 표명은 그 근거 규정인 ‘회사의 명예를 크게 손상시킨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직위해제가 사회 통념상 합리성이 없을 정도로 장기간 이뤄져 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강 위원장이 발언한 취지는 국민의 안전과 직결된 원자력 발전설비 운영의 안전성을 제고할 방안의 모색이 필요하다는 공익적인 맥락에서 비롯했을 여지가 상당하다. 감사원이 조기 폐쇄 및 경제성 평가에 대한 정 전 사장의 일부 책임을 인정했고, 정 전 사장은 관련 내용으로 기소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이런 판단이 옳다고 보고 중노위의 항소를 기각했다.
최민영 기자 mym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