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당국의 허가 없이 사실상 학교처럼 학원을 운영한 사업자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8-1부(재판장 김예영)는 초·중등교육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ㄱ씨에게 1심과 같이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고 2일 밝혔다.
ㄱ씨는 2013년 10월∼2018년 5월 서울 서초구에서 영어학원을 운영했다. 이 학원은 미국식 학제를 본떠 평일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 사이, 초·중·고등학교 연령대 원생들에게 영어, 수학, 역사, 과학, 국문학 등 전 교과 과정을 가르쳤다. 원생들은 대부분 미국 유학을 위해 이 학원에 등록하고 일반 학교엔 다니지 않았다. 원생들은 교복을 입고 중간·기말고사를 치렀고, 교과 과정 외에 악기 연주나 합창 등 특별활동에도 참여했으며, 학생회장단도 선출했다.
검찰은 ㄱ씨가 사실상 학교를 운영하면서도 교육감의 설립 인가를 받지 않았다고 보고 그를 재판에 넘겼다. ㄱ씨는 “원생들에게 학위를 수여하지 않았고 졸업생들에겐 학력 인정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학원을 학교로 오인하게 한 사실이 없다”고 무죄를 주장했다.
하지만 1·2심 재판부는 모두 ㄱ씨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ㄱ씨가 국내학교에 다니지 않는 학생들에게 학교 편제를 갖춰 교육을 제공했다”고 판단했다. ㄱ씨가 “초·중등교육법상 학교는 ‘국내법’에 따른 학교를 뜻하는 만큼, 미국식 학제를 채택한 학원을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의 주장도 폈으나, 재판부는 “해당 학원은 초·중등교육법상 학교에 포함되는 ‘외국인 학교’ 형태로 운영됐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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