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노동자였던 가족이 사망한 경우 외국에 사는 외국인 유족은 퇴직금(퇴직공제금)을 받지 못한다고 정한 옛 건설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건설근로자법) 조항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베트남인 ㄱ씨가 옛 건설근로자법 14조2항에 대해 낸 헌법소원에서 재판관 전원일치로 위헌 결정했다고 26일 밝혔다. 해당 조항은 ‘외국 국적의 외국거주 유족은 건설근로자회 퇴직공제금을 받지 못한다’는 내용으로, 현재는 법이 개정돼 더는 제외 대상이 아니다.
ㄱ씨의 남편은 한국에서 건설노동자로 일하다 2019년 9월 터널 건설공사 현장에서 무개화차(지붕이 없는 화물차량) 사이에 머리가 끼는 사고로 숨졌다. 베트남에 거주 중이던 ㄱ씨는 건설근로자공제회에 퇴직공제금 지급을 요청했는데, 공제회가 지급을 거절하자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퇴직공제금 수급 자격에 있어 ‘외국인’이라는 사정, ‘외국에 거주’한다는 사정만으로 달리 취급받을 합리적 이유가 없다”며 위헌 이유를 밝혔다. 또 “건설근로자 퇴직공제금 제도는 사업주가 납부한 공제부금만을 재원으로 한 퇴직공제금을 건설근로자공제회가 건설근로자 혹은 그 유족에게 지급하는 것이어서 외국거주 외국인 유족에게 퇴직공제금을 지급하더라도 국가의 재정에 영향을 미칠 일이 없고, 사업주의 추가적 재정 부담이나 건설근로자공제회의 재원 확보가 문제 될 것도 없다”고 했다. 건설근로자가 사망한 경우 외국거주 외국인 유족은 국가 공식 문서로 ‘퇴직공제금을 수령할 유족의 자격’을 충분히 입증할 수 있어 건설근로자공제회의 퇴직공제금 지급 업무에 특별한 어려움이 생기지 않는 점도 헌재는 고려했다.
현행 건설근로자법은 퇴직공제금을 받을 유족 범위에 외국거주 외국인 유족을 제외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헌재 관계자는 “퇴직공제금을 받을 유족의 범위에서 ‘외국거주 외국인 유족’을 제외하는 옛 건설근로자법 조항이 평등원칙에 위반됨을 선언한 것으로, 개정안 시행(2019년 11월26일) 이후 발생한 퇴직공제금 청구권은 외국거주 외국인 유족도 행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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