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으로 인정된다면 불법으로 입국했더라도 형을 면제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난민협약은 불법 입국한 난민을 처벌할 수 없다는 규정을 두고 있는데, 가입국인 우리나라에서는 난민협약이 법률과 동일한 효력이 있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위계공무집행방해 및 출입국관리법위반(허위사증신청) 혐의로 기소된 이란 국적 난민 ㄱ씨의 형을 면제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란 국적인 ㄱ씨는 대한민국에 입국해 취업 및 난민신청을 할 계획이었지만 사업 목적으로 초청된 것처럼 속여 단기방문(C-3) 비자를 부정하게 발급받은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형을 받았다. 이란에서 기독교 세례를 받은 ㄱ씨는 기독교 예배를 드리다가 체포됐는데, 당시 폭행과 고문을 당하는 등 큰 두려움을 느껴 우리나라에 왔다고 주장했다.
ㄱ씨는 당초 난민 신청이 거절됐지만 2심 진행 중에 별도의 행정소송에서 승소해 난민으로 인정됐다. 이에 따라 2심 재판부는 ㄱ씨가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에 따른 ‘형 면제’의 요건을 갖추었다고 판단하고 ㄱ씨의 형을 면제했다. 1993년부터 우리나라에서 발효된 이 협약의 제31조 제1호는 생명 또는 자유가 위협되는 곳에서 온 난민에게 불법 입국을 이유로 형벌을 부과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현행 출입국 관련 제도에 이란과 같이 사증면제국가가 아닌 나라에서 입국할 경우 처음부터 난민인정을 위한 사증을 받을 방법이 없다는 점도 고려됐다.
정혜민 기자 jh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