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 과정에서 허위 발언을 한 혐의로 기소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1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3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출석해 고 김문기 전 개발1처장과 이 대표가 오랜 기간 친분을 이어왔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이 대표는 ‘김 전 처장을 모른다’는 허위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됐다가 등을 돌린 유 전 본부장과 이 대표는 이날 처음 법정에서 마주했다. 두 사람은 서로 시선을 마주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4부(재판장 강규태)는 31일 오후부터 유 전 본부장을 증인으로 불러 검찰의 주신문을 진행했다. 유 전 본부장이 법정에 들어서자 이 대표는 고개를 들어 잠시 쳐다보고는 무표정한 얼굴을 유지했다. 유 전 본부장은 이 대표 쪽으로는 시선을 돌리지 않고 곧바로 증인석에 착석했다. 증인 신문 내내 유 전 본부장은 검찰 쪽을 바라봤고, 이 대표는 서류를 읽거나 메모하며 책상에 시선을 고정했다.
검찰은 “(2015년 1월) 김문기 전 처장과 호주·뉴질랜드 출장을 갔을 때, 김 전 처장과 이 대표가 대장동 관련 대화를 나눴느냐”고 물었고, 유 전 본부장은 “(이 대표가) 궁금한 사항을 물어봐서 (김 전 처장이 이 대표에게) 말씀드린 부분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검찰은 “김 전 처장이 출장에 대장동 관련 자료를 챙겨갔다는 것이냐”고 되물었고, 유 전 본부장은 “그렇게 들었다. 확인한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또 검찰이 이 대표와 김 전 처장이 참석했던 2010년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한 아파트 리모델링 설명회 상황을 묻자, 유 전 본부장은 “김문기씨가 이재명과 따로 통화한다고 이야기를 들었다”며 “당시 이 대표가 민주당 부대변인이었기 때문에 자랑거리는 아니었지만 ‘성남시장 나올 이재명씨’라고 이야기해서 쟤(김 전 처장)가 이 대표를 띄우려고 하는 뉘앙스(라고 생각했다)”고 증언했다.
검찰은 2009년 6월 김 전 처장이 이 대표의 전화번호를 처음 저장한 것으로 확인된다면서 당시 ‘두 사람이 전화번호를 교환한 경위’를 유 전 본부장에게 물었다. 유 전 본부장은 “잘 모르겠다”면서도 “김 전 처장이 당시 한국리모델링협회 간사였기 때문에 접촉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줄곧 책상을 응시하다가 유 전 본부장이 ‘점심시간에 눈을 치료하고 왔다’고 말하는 대목에서 유 전 본부장을 잠시 쳐다봤다. 휴정 시간에는 천장을 응시하거나 작게 허탈한 웃음을 짓기도 했다. 이 대표는 휴정 후 재판이 재개될 때 입정하는 유 전 본부장을 다시 잠깐 바라봤다.
이 대표는 대선 후보였던 2021년 12월 방송 인터뷰 등에서 김문기 전 성남 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과 관련해 “개인적으로 시장 재직 때 좀 아셨습니까”라는 질문을 받자 “시장 재직 때는 몰랐다”고 발언해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정혜민 기자
jh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