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심 선고 공판 출석하는 김어준씨와 주진우 기자. 연합뉴스
선거 후보자로부터 요청받지 않았는데도 확성기를 사용해 선거운동을 한 방송인 김어준씨에 대해 13일 대법원이 ‘불법 선거운동’이라며 벌금 30만원을 선고했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지난 2012년 19대 총선 당시 확성기를 사용해 선거운동을 했다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씨에 대해 30만원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함께 선거운동을 하며 기소됐던 주진우 전 기자는 무죄가 확정됐다. 기소된 조항이 모두 위헌 판결을 받았기 때문이다.
앞서 이들은 총선 선거운동 기간인 2012년 4월 모두 8차례 집회를 열어 확성기로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를 지지하는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법원은 이들이 공직선거법상 ‘언론인의 선거운동 금지 조항’과 ‘집회를 통한 선거운동 금지’ 조항을 위반했다며 각각 벌금 9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재판 중 두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2심에선 관련 혐의가 모두 무죄판단을 받았다.
다만 2심 법원은 2012년 4월7일 김씨의 서울시청 앞 선거운동에 대해선 불법이라고 판단해 벌금 30만원을 선고했다. 공직선거법은 연설·대담·토론이 아니면 선거운동을 위해 확성장치를 사용할 수 없다고 규정하면서도 후보자와 후보자 등이 지정한 사람은 공개장소에서 연설·대담을 할 수 있고 확성장치도 이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김씨는 당시 확성기를 이용해 “‘가카’는 여러분이 심판해주셔야 한다” “이번 선거는 김용민이 아니라 ‘가카’를 심판하는 선거”라고 발언했는데, 법원은 이를 당시 새누리당 후보를 낙선시키려는 목적의 선거운동이라고 보고 공직선거법상 확성장치가 허용된 공개장소의 연설·대담·토론이 아니었다고 판단했다. 또한 당시 김씨가 어떤 후보자로부터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사람으로 지정됐는지 밝히지 못한 것도 법원이 불법 선거운동이라고 판단하는 근거가 됐다. 주 전 기자는 2심 법원에서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 재판은 2012년 9월 시작해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오기까지 10년이 넘게 걸렸다. 김씨와 주 전 기자가 관련 공직선거법 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과 헌법소원을 제기했고, 2018년 두 조항의 위헌 결정이 나왔다.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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