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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배제와 소외 너무 많아”…장애여성 일자리, 3년새 더 열악해졌다

등록 2023-04-20 08:20수정 2023-04-20 09:35

장애인고용공단 제공
장애인고용공단 제공

농인인 김서경(가명·50)씨에게 하루 4시간, 식당에서 비장애인 동료 7명과 함께 하는 설거지는 그나마 ‘허락된 일’이다. 김씨는 <한겨레>에 활동가를 통해 농인의 일과 삶을 문자 메시지로 전하며 “배제와 소외가 너무 많다. 이 이상 좋은 일을 구하는 건 하늘의 별 따기”라고 했다. 그가 하루 4시간의 일을 택한 이유 중에는 비장애인보다 힘겨운 가사·돌봄 노동에 필요한 ‘시간’도 있다. “아직 어린 아이를 키우는데 들리지 않기 때문에 밤에도 마음 편히 잠을 잘 못자서 남들보다 낮 시간에도 쉽게 피로해져요.” 김씨는 “문자 통역 지원이나 가사 지원 확대 같은 조금의 지원만 있으면 사무직 일을 비장애인들과 꼭 해보고 싶다”고 바람을 덧붙였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이 19일 장애인경제활동실태조사와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를 분석한 자료를 보면, 코로나19와 이후 일상 회복 과정에서 장애여성의 노동이 놓인 자리가 드러난다. 고용률은 다소 늘었지만 김씨 같은 작은 사업장 노동자와 단순노무직이 늘었다. 임금은 물가 상승 속에서도 제자리 걸음이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20.3%였던 장애 여성 고용률은 지난해 23.1%로 늘었다. 여전히 비장애인을 포함한 전체 고용률(62.1%)에 견줘 턱없이 낮은 수준이지만, 다소 고용률이 증가한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일자리였을까?

사업체 규모별로 50인 미만 작은 사업체에서 일하는 장애 여성이 2019년 77.7%에서 지난해 87.8%로 무려 10.1%포인트 늘어났다. 직업 또한 임금과 고용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단순노무종사자가 큰 폭으로 늘었다. 지난해 장애여성 취업자 가운데 단순노무종사자 비중은 43.1%였다. 2019년 이 비중은 38.6%였다.

일상 회복과 함께 영세한 산업 영역을 중심으로 나타난 인력난과 그런 일자리를 택할 수 밖에 없는 장애여성의 상황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윤두선 중증장애인독립생활연대 대표는 “장애여성 각각에 맞춘 적정한 일자리보다 다른 구직자가 기피해 사람을 구하지 못한 일자리가 주로 주어진다”고 말했다. 직종별사업체 노동력 조사를 보면, 직업 능력을 거의 보지 않는 단순 일자리(1수준)의 미충원 인원은 4만2천명으로 1년 전(2만1천명)보다 두 배 늘었고, 그 이유로 ‘기피업종’과 ‘저임금’이 가장 많이 꼽혔다.

가사 부담도 더 나은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요인이다. 정지영 장애여성인권네트워크 교육지원센터장은 “장애여성이 돌봄과 일을 함께 하기에 정부의 ‘가사 지원 서비스’는 부족하다. 초단시간 일자리를 주로 찾을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장애여성의 1주일 노동 시간은 2019년 26.3 시간에서 2022년 24.7시간으로 줄었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비례)·한국장애인 고용 공단 제공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비례)·한국장애인 고용 공단 제공
그 결과 지난해부터 이어진 인플레이션에서도 장애여성은 소외됐다. 지난해 장애여성 월평균 임금(2022년 5월 기준 최근 3개월 평균)은 111만1천원으로 2019년(110만5천원) 이후 단 6천원(0.5%) 올랐다. 같은 기간 9.7%에 이른 전체 노동자의 월임금총액 인상률(사업체노동력조사 기준)은 물론, 장애남성 임금 인상률(2.2%)에도 미치지 못한다. 더 낮은 임금이, 보다 더디게 오르며 비장애인·장애 남성과의 임금 격차는 벌어졌다. 이수진 의원은 “취업 직종, 사업장 규모, 월평균 임금 등이 더 열악해진 것으로 파악되는만큼, 단순한 고용 촉진을 넘어 장애 여성에 대해 세심한 일자리 정책을 통해 격차와 불평등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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