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 판매자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보관 중이던 경찰이 해당 휴대전화에 온 대마 매수 문의 메시지를 보고 매수자를 체포해도 될까? 위법한 수사라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대마 판매자에 대한 수사는 끝났기 때문에, 그의 휴대전화를 활용해 새 수사를 시작하려면 압수수색 영장을 새로 발부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마약류 관리법 위반(대마) 혐의로 기소된 ㄱ씨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등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0일 밝혔다.
ㄱ씨는 2019년 3~10월 온라인을 통해 ‘던지기’ 수법으로 대마를 매수한 후 흡연하고 타인에게 나눠준 혐의를 받았다. 쟁점이 된 부분은 2019년 4월 8일 위장수사 중인 경찰에게서 마약을 구매하려고 한 혐의(마약류 불법거래 방지법 위반)가 인정되는지 여부였다. 1·2심은 ㄱ씨의 다른 혐의는 유죄로 보면서도 이 혐의에 대한 수사는 영장주의 원칙에 어긋난다며 무죄라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1·2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경찰은 2019년 3월 초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대마 판매자인 ㄴ씨의 휴대전화 3대를 압수했다. 이후 ㄴ씨는 3월말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ㄴ씨의 휴대전화를 보관하던 경찰은 4월 8일 ㄴ씨의 휴대전화 메신저에서 대마 구입을 희망하는 ㄱ씨의 메시지를 확인한 후, ㄴ씨인 척 위장해 ㄱ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대법원은 “ㄱ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하면서 수집한 증거는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다”면서 “경찰이 위법하게 취득한 이 사건 메시지 등을 기초로 피고인을 현행범으로 체포한 이상, ㄱ씨에 대한 현행범 체포와 그에 따른 소지품 등의 압수는 위법하다”고 밝혔다. 또 “수사기관이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집행을 종료했다면 영장은 목적을 달성해 효력이 상실된다. 동일한 목적물을 다시 압수수색할 필요가 있다면 새로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휴대전화에서 나온 단서를 토대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추가로 압수수색 영장을 받는 등 여러 방법을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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