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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대법 “공공기관 직원이라고 단체행동 일률적 금지 안 돼”

등록 2023-04-24 06:00수정 2023-04-24 09:42

대한법률구조공단. 연합뉴스
대한법률구조공단. 연합뉴스

‘공무원 의제조항'의 적용을 받는 공공기관 직원이더라도, 일률적으로 단체행동을 금지해서는 안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한법률구조공단,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산업은행 등 여러 공공기관은 소속 직원을 처벌할 때 공무원에 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단체행동권을 제한하려면 해당 공공기관 직원들의 지위나 직무 성격이 국가공무원과 같은지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게 이번 판결의 취지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대한법률구조공단 소속 변호사 12명이 공단을 상대로 낸 징계무효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구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4일 밝혔다.

대한법률구조공단은 취약계층에게 무료 법률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법무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직열 및 처우 문제로 갈등을 빚다 2018년 소속 변호사들이 변호사 노조를 설립했다.

공단 변호사들은 2019년 4월10월 정부과천종합청사 인근에서 집회를 열고 ‘임기제 변호사’ 채용 등의 문제에 항의했다. 공단은 그간 소속 변호사들의 65살 정년을 보장했지만, 앞으로는 변호사 고용구조를 바꿔 최장 11년 근무한 뒤 퇴사하는 형태로 바꾸고자 했다. 공단은 변호사 인력 공급이 늘어나는 조건 변화에 맞춰 공단의 변호사 비중을 높이기 위해 대우를 낮추려 했고, 소속 변호사들은 ‘우수한 인재들이 지원하지 않게 될 것’이라며 반발했다.

당시 변호사들은 집회를 열어 조상희 당시 이사장의 해임 또는 퇴진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쳤는데, 공단은 비노조원 관리자급 변호사 12명에 대해 복무규칙을 위반한 행위라며 ‘불문경고’ 처분했다. 불문경고는 법률상 징계 처분은 아니지만 사실상 징계에 준하는 불이익이 따르는 행정 처분으로 근무평정 시 불이익이 주어진다. 당시 공단은 신준익 노조위원장에 대해서는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의 혐의로 형사고소했지만, 검찰은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공단은 소속 변호사들이 공무원의 노조활동 등 집단행위를 금지한 `국가공무원법 제66조 제1항' 규정을 위반했다며 이를 근거로 ‘불문경고’ 처분을 내렸다. 비노조원 변호사 12명은 징계무효를 확인하는 소송을 냈다.

2심은 공단의 변호사 징계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대한법률구조공단의 설립·운영에 관한 사항을 담은 법률구조법의 제32조는 “공단의 임직원은 형법이나 그 밖의 법률에 따른 벌칙을 적용할 때는 공무원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공무원의 집단행위를 금지한 국가공무원법 조항이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변호사들이 국가공무원법의 의무를 부담하는 것을 전제로 한 이번 징계는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고 봤다. 국가공무원법 제66조 제1항의 집단행위 금지 의무는 신분과 지위가 보장되는 것을 전제로 국가공무원에게 지우는 것인데, 공단 임직원의 직위나 직무 성격이 국가공무원과 같은 정도의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대법원 관계자는 “공단 소속 변호사들은 공무원과 같은 정도로 신분·지위를 보장받는 지위에 있지 않으므로 공무원의제조항을 근거로 집단행위를 금지한 것은 부당하다고 인정한 판결”이라며 “공무원 의제조항의 적용을 받는 당사자들의 의무의 범위를 헌법에 합치하는 방향으로 제시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소송의 원고 중 한 명인 ㄱ변호사는 “공공기관 직원을 ‘공무원 의제조항’ 만으로 모두 공무원처럼 취급해서 무한정 단체행동을 금지할 수는 없다는 판결”이라면서 “공공기관 직원의 단체체행동권을 제약할 때는 그 기관의 성격이나 직원의 지위에 비춰 한정적으로 제약하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혜민 기자 jh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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