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사주 의혹’과 관련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손준성 서울고검 송무부장(전 대검찰청 수사정보담당관)의 재판이 진행 중인 가운데, 법정에서 해당 의혹 최초 제보자인 조성은씨가 수사기관에 제출한 자료 일부가 변조된 정황이 있다는 증언이 나왔다. 손 부장을 기소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재판에 출석한 증인의 발언을 인용해 “수사기관이 증거를 위·변조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반박문을 냈는데, 증인의 법정 진술과 공수처 자료가 달라 공수처가 증인 발언을 유리하게 사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발사주 의혹’은 21대 총선을 앞둔 2020년 4월 검찰이 범여권 인사 등에 대한 고발장을 작성해 당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총선 후보였던 김웅 국민의힘 의원에게 전달했다는 의혹이다.
공수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김옥곤) 심리로 15일 열린 손준성 서울고검 송무부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공판 이후 최초 제보자 조성은씨가 낸 증거 일부가 인위적으로 조작됐다는 디지털 포렌식 업체 대표 ㄱ씨의 증언이 언론에 보도되자, 16일 반박 자료를 언론에 배포했다. 자료에는 재판부가 “(재판 증거 자료의) 무결성과 동일성이 깨진 것이 있는가”라고 묻자 ㄱ씨가 “무결성, 동일성이 깨지지 않았다”고 답했다고 증언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2013년 대법원은 디지털 증거는 조작이 쉽기 때문에 증거로 사용하기 위해선 무결성·동일성이 담보돼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휴대전화 포렌식 자료 등을 증거로 쓰기 위해 자료 원본과 제출된 사본이 같아야 하며 훼손이 없어야 한다는 것인데, 조성은씨가 제출한 자료의 무결성·동일성이 깨질 경우 핵심 자료를 증거로 사용할 수 없게 된다.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공수처 반박자료와 달리 ㄱ씨는 증거 자료의 무결성·동일성이 깨지지 않았다고 답한 적이 없다. ㄱ씨는 16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법정에서) 무결성 관련 얘기는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실제 기자들이 교대로 법정에 들어가 전문을 받아 쓴 공판기록에도 ㄱ씨는 공수처 자료처럼 답한 내용이 없다. 공판기록을 보면, 공수처 검사가 “무결성이 깨졌다는 것인가”라고 묻자 ㄱ씨는 “아니다. (수사기관 제출 전 변조가 이뤄져) 자료 신뢰성이 아쉽다는 취지”라며 “(무결성은) 법률 전문가들이 판단할 일”이라고만 말했다. 공수처 설명과 달리, ㄱ씨는 무결성은 판단하지 않고 자료의 신빙성만 문제삼은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15일 재판에서 ㄱ씨는 손준성 부장 쪽 증인으로 나와 “변조된 파일을 발견했다”고 증언했다. 2020년 4월3일 손 부장으로부터 김웅 국민의힘 의원을 거쳐 조성은씨에게 넘겨진 것으로 의심받는 1차 고발장 사진 파일 가운데 한 장의 속성 정보가 수사기관에 제출되기 전 안드로이드 편집 어플 등 정상적인 방법을 거치지 않고 편집됐다는 것이다. 고발장 사진 파일 내용 자체가 변경됐다는 설명은 아니다. ㄱ씨는 2020년 9월7일 조씨 휴대전화가 대검 감찰부에 제출된 뒤 자료가 “건드려졌다”며 수정됐다는 취지로 말하기도 했다. 다만 ㄱ씨는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 일부 파일에 대해 추후 재판부에 “문제가 아닌 것으로 이해했다”고 답하기도 했다.
증인이 법정에서 하지 않은 말을 설명자료로 배포한 것과 관련해 공수처 관계자는 ‘취지가 왜곡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증인이 (변조 등은) 수사기관 제출 전에 이뤄져 증거능력에 문제가 없다고 말해 (무결성 등이 깨지지 않았다는) 내용과 같아 (언론 배포 자료에) 그렇게 설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겨레> 취재 뒤 공수처는 “브리핑 시간에 맞추느라 서두르다 혼선을 빚은 점 사과드린다”며 “(ㄱ씨가 무결성·동일성이 깨지지 않았다고 진술하진 않았지만) 무결성·동일성이 깨지지 않았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수정 공지했다.
조성은씨는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조작이나 변조는 없었다. 수사기관에는 모두 원본 자료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조씨는 6월2일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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