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청년이 서울 관악구의 한 고시원에서 옷을 갈아입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출퇴근 없이 고시원에 상주하며 일하는 ‘고시원 총무’의 근로시간은 어떻게 계산해야 할까? 실질적인 휴식 방해와 사용자의 지휘·감독 유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근무시간을 계산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ㄱ씨는 2013년 8월부터 2016년 7월까지 서울 성동구의 한 고시원에서 총무로 일하면서 매월 70만원의 월급과 5만원의 식비를 받았다. 이후 ㄱ씨는 퇴직 뒤 자신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11시까지 하루 13시간씩 일했다며 미지급된 임금과 퇴직금 5829만여원을 지급하라고 고시원 주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고시원 주인은 ㄱ씨의 실 근무시간이 하루 1시간에 불과했다고 반박했다. ㄱ씨에게 사무실 대기를 요구하지 않았고, 방에서 자유롭게 쉬면서 가끔 들어오는 입주민의 민원을 해결하는 일을 했을 뿐이라는 주장이었다.
소송 전 ㄱ씨는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도 진정을 제기했는데, 사건을 조사한 근로감독관은 ㄱ씨의 하루 근무시간을 4.1시간으로 산정해 임금체불은 없었다고 판단했다. 이를 근거로 1·2심 법원 역시 ㄱ씨가 2016년에만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급여를 받았다고 보고 “고시원 주인이 ㄱ씨에게 186만여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원심판결에서 ㄱ씨의 실제 근로시간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며, 원고 일부 승소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동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3일 밝혔다.
대법원은 대기시간이나 휴식·수면시간이라 하더라도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된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는 시간이라면 근로시간에 포함된다는 기존 판례를 근거로 삼았다. 대법원은 “ㄱ씨가 맡은 업무의 성격 또는 방식, 매일 또는 매월 평균적 투입 시간, 실질적 휴식의 방해 시간 또는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에 있는 대기시간 유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근무시간을 계산해야) 한다”며 “사무실 개방시간인 13시간 전부를 ㄱ씨의 근로시간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ㄱ씨가 휴식 시간에도 고시원 주인이나 입주민이 요구할 경우 수시로 고시원 관리 업무에 투입되었음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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